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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54) 법제처장은 한국불교가 불자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통해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신행활동을 펼쳤지만, 다량의 지식을 쌓는데 그쳤다는 것.
박처장은 “진실로 기도하고 염원하면 부처님의 가피를 입을 수 있다는 확고한 을 줄 때 불교에 대한 신심도 깊어진다”며 “현재의 한국불교가 이같은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는 한국불교가 선불교적으로 흐르는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처장은 대불련에서 사상강좌 등을 통해 기본적 교의를 습득했다. 대불련 활동을 하면서 받았던 법명은 혜륜. 당시 사상강좌나 경전강독 등은 불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불교에 대한 신심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함께 대불련 활동을 펼쳤던 도반들이 개종을 하거나 불교를 버리는 사례를 보면서 한국불교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한때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불교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계첩을 반환한 적도 있다.
박처장은 서울 양재동 구룡사 정우스님과 각별한 교분을 나누는 사이다. 89년 강남으로 이사한 후 부인 강연련 여사와 함께 다니기 시작한 곳이 구룡사였다. 이때의 인연으로 정우스님에게 깊은 고민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박처장은 “열정만 있었을 뿐 믿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서 스스로를 ‘실패한 불자’로 표현한다. 깊은 신심을 지니지 못한데 대한 스스로의 표현인 셈이다. 요즘에는 바쁜 일과에 쫓겨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매일 108배와 금강경 강독을 생활화하기도 했다. 특히 법화경의 깊고 오묘한 교의에 매료돼 50회 이상 읽는 등 부처님 말씀을 탐독했다. 그는 해석된 경전 보다는 원문을 그대로 담은 경전을 읽어 왔다. "자의적으로 해석된 경전은 불자들에게 잘못된 사상을 가르친다"는 소신 때문이다.
박처장은 또 한국불교계가 고쳐야 할 점은 대승불교가 소승불교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것과 조사선만을 강조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내 것만을 강조하다 보면 잃는 것도 많지 않겠느냐는 것이 박찬주 처장의 생각이다.
박봉영 기자
bypark@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