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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로 32년간의 강단생활을 접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가는 동국대 사학과 조영록 교수는 정년퇴임이 ‘새로운 시작’이라며 “지금까지는 명대 주자학을 중심으로 한 지성사가 연구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중국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정신사'를 새로운 연구 주제로 삼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중국 명대 사상ㆍ정치사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교류사에 천착해 온 조 교수가 중국 불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조선시대 불교를 새롭게 조명해 보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송대 이전까지 중국 정신사를 지탱해 오다 침체됐던 불교가 다시 부상하는 게 명나라 말기 이른바 3고승이 나타나면서부터인데, 이는 임진왜란을 전후로 한 조선불교의 중흥기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며 “명말 3고승의 사상적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교를 중심으로 한 유불선 3교의 합일이었는데, 서산ㆍ사명 대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불교 역시 유불 합일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명당기념사업회 이사를 맡은 것도 앞으로의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 불교가 숭유억불에 의해 말살되었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불교는 민간에 엄연히 살아있었고, 이는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그 동안 쓴 논문들은 <중국 근세 지성의 이념과 운동> <동아시아 국제 관계사 연구>(가제)로 묶여 3월쯤 출간될 예정이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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