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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강우방(姜友邦.61)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30여년간 직접 촬영한 경주 일대 자연과 신라시대 미술작품 사진 80여점을 선보이는 생애 첫 전시 ‘영겁, 그리고 찰나전’을 서울 관훈동 학고재 화랑에서 31일까지 갖는다.
카메라의 구조도 모르고, 사진 찍는 방법도 배운바 없는 강씨는 끝없는 시행착오 끝에 스스로 터득한 사진 실력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강씨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사로 경주생활을 시작한 1970년~82년 당시 찍은 흑백사진들과, 지난 97년~2000년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할 시절 찍은 경주의 산과 들판, 능과 탑, 불상 사진이 전시된다.
지금도 학생들과 답사에 나설 때면 모든 장비를 다 갖추고 앞장선다는 강씨는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역임했던 지난 5년 동안에도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절로, 능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한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수십, 수백 컷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인지하게 된 것은 경주의 공기와 빛 때문이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경주에서 최근 다섯 해를 보내면서 발견한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무상한 모습이었다. 작품은 그 일부에 불과했다. 경이로운 자연에 눈이 떠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예술작품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었다.”
이번 전시가 문화재 사진전이 아님을 강조하는 강씨는 “능이나 탑, 불상 등이 중심 소재를 이루지만 그것은 다만 소재에 불과할 뿐 이들 미술품을 ‘오브제’로 파악하고 그 본질이 잘 드러날 때를 포착하려 했다”고 말했다.
미술사 연구의 과정에서 우리 자연과 예술을 렌즈를 통해 해석한 바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강씨의 사진들에는 자연 속에서 연출된 드라마를 포착하려는 양 극단의 앵글과 거리가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탄지(彈指)의 순간에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것, 영원 속에서 찰나를 붙드는 것, 찰나에 사물의 변화를 멈추게 하여 영원히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진마저 변한다. 허나 그때 절망감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 불가사의한 기쁨을 느낀다. 영겁과 찰나는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것이다. 혼연일체가 되는 불이(不二)의 상태를 사진에서 때때로 나는 느낀다”라고 말하는 강씨, 그래서 그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영겁, 그리고 찰나’라고 이름 붙였는가 보다.
강씨는 이번 전시회에 내놓지 못한 사진까지 총 233장을 담은 사진집 <영겁(永劫)과 그리고 찰나(刹那)>(열화당)도 펴냈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