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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국학회(AKSE) 회장을 맡고 있는 베르너 삿세 독일 함부르크 대 한국학 교수는 6년 동안의 번역 작업 끝에 올 3∼4월경 <월인천강지곡> 독일어본을 한국 소학사에서 출간한다. 책이 출간되면 함부르크 대의 한국학 교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대와 중세 한국어가 전공인 삿세 교수는 “독일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중세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 <월인천강지곡>을 택했다”고 밝혔다.
1년에 한 두 차례는 한국을 방문한다는 삿세 교수의 한국과의 인연은 1966년부터 시작됐다. 전남 나주 비료공장 기술자문 차 한국에 온 장인을 따라와 2년 동안 전라도의 여러 기술고등학교에서 학과목 개설과 관련한 자문을 했고, 70년까지 성균관대에서 독일어 강사로 일했다. 본격적으로 한국학을 공부하고 싶어 70년 독일로 돌아갔다.
보쿰 대에서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 방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삿세 교수는 보쿰 대 교수를 거쳐 함부르크 대에 한국학 과정이 정식으로 개설된 90년대 중반부터 정교수로 있다.
함부르트 대의 한국학 전공자는 40여 명. 중국학과 일본학 전공자 400여 명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한국학 전공자를 배출했지만, 불교 관련 전공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삿세 교수는 “한국학을 하면서 안타까운 점은 관련 자료나 사전 등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며 “수업 중 쓸만한 텍스트도 그렇지만 논문을 쓰거나 연구를 할 때 필요한 기초자료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번역하면서도 마찬가지다. 함부르크 대학 한국학 부교수인 안정휘 교수와 공동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불교학 용어에 대한 개념 이해였다. “부처님의 생애만 알아서는 번역하기 힘든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삿세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불교와 관련된, 제대로 된 불교학 사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삿세 교수는 “이전에는 불교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월인천강지곡> 번역을 하면서 불교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불교를 모르면 현대 한국 사회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삿세 교수는 독일어판 <월인천강지곡>의 마지막 교정 작업을 한 후 3월말 독일로 돌아간다. 1월 23일에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월인천강지곡의 서사구조’를 주제로 강연한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