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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해인사 행자실 중강으로 있을 때부터 초발심자경문 3부작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행자들을 위해 직접 손으로 <초발심자경문 난자집(단어장)>을 만들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경전공부 시간의 대부분을 자전을 찾는 일에 허비해야 했던 당시 행자들에게 이 난자집은 최고의 참고서였다. 호응도 높았다. 하지만 문제는 반대의견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자전이 닳도록 난자를 찾는 게 전통적인 공부법이었던 승가교육환경에서는 혁명(?)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결국 스님은 강원선후배 스님들에게 난자집 찬부의견을 묻는 설문지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보다 폭넓게 학문을 연마하고 신행생활을 더 여유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난자집이 필요하다. 밤이고 낮이고 난자 때문에 책상 앞에 엎드려서 자전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격려해 주셔서 용기를 얻고 시작한 것이 오늘의 결실입니다.”
3부작의 첫 권은 순천 송광사 화엄전에 소장된 언해본을 영인한 <초발심자경문 목판본>(88년)이다. 스님은 이 탁본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내기 위해 한철을 외부와 담을 쌓고 지낼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고문(古文)을 현대어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10판 이상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복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전라도 옛 방언으로 기록된 것이기에 방언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두 번째 권은 행자실마다 복사하고 복사해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낡은 난자집을 소책자와 보급판 두 종류로 출간한 <초발심자경문 난자집>(95년)이다. 세 번째 권은 49과로 나눠 풀이한 <초발심자경문 강설>이다.
<초발심자경문> 3부작이 <죽비 깎는 아침>, <산승일기> 등 그동안 출간한 12권보다 비중이 크다는 스님은 “자경문을 정독하면 800년 전 보조국사의 체취와 고려불교의 생활상까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불제자라면 꼭 읽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스님은 4월부터 법련사에서 초발심자경문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