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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물선 한국 땅, 열악한 국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정진우 간사(32).
정 간사는 오늘도 재생불량성 빈혈로 고통받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올 한해는 최근 김포에 개소한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를 정상화시키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상담, 열악한 산업현장의 과도한 노동 때문에 생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상담, 이밖에도 한글교실, 컴퓨터 교실, 문화생활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정 간사는 “한국인들의 각성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외국인 노동자 돕기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사업들은 외국인 노동자와 김포지역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간사가 경불련에서 외국인 돕기에 나선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다. 학점이나 받으려던 수업에서 불교의 강한 흡입력을 느끼던 차에, 우연히 경실련을 방문했다가 시민운동을 하는 경불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마침 경불련은 외국인 노동자를 도울 운동가를 모집하고 있었고, 이때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상담을 하면서 함께 했던 불교 경전 공부를 통해서야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96년 네팔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한국에서 산재를 당해 오른손을 잃은 네팔인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가 스스럼없이 저에게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더군요. 피해자인 그가 가해자의 나라에서 온 저를 그렇게 따듯하게 대할 수 있다니. 아, 이런 것이 바로 불교의 힘이고 원효스님이 말한 무애사상이구나. 마음의 수행, 관점에 따라 얼마나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가를 그의 태도가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때 정 간사는 “불교가 세상의 분열과 투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권 ,노동문제를 해결할 길이 불교의 가르침 속에 있다”고 굳게 믿게 됐다고 말했다.
“불법에는 너와 내가 없다”는 정 간사는 ‘종교적, 민족적 차이를 넘어서 모두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 성취’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다.
강유신 기자
shanmok@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