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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법복을 입고 혜암스님의 빈소에서 참배객 안내 및 주변 정리 자원봉사를 했던 박선이(25)양. 해인사 홈페이지에서 해인사 수련동문회 겨울수련회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것을 보고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해인사에 와 있다가 혜암 스님의 원적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스님의 마지막 가시는 일을 돕게 됐다.
“큰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듣고 어릴적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스님의 영결식을 돕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평소 큰스님과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큰스님과의 인연이 컸다는 생각이 들어요.”
혜암스님의 영결식을 위해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은 모두 8명. 빈소주변정리, 영결식 준비, 진행요원, 행정보조, 기자실 관리 등 저마다 맡은바 소임에 열성을 보였다. 특히 도량청소, 후원 일 돕기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중을 위해 열심히 자신을 낮추어 ‘자원봉사’의 참뜻을 십분 살리기도 했다.
박선이양을 비롯해 이들은 자원봉사자라기 보다 수행 납자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새벽 2시 30분에 기상해서 조석 예불을 올리고, 사시와 저녁예불 이후 혜암스님의 빈소에서 산중 스님들과 금강경 독송을 함께 했기 때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놓고 떠나가시는 큰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약간 허무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인과가 역력하니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큰스님의 말씀이 마음속에서 떠나지를 않아요. 그래서 출가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네요.”
어릴적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절에 다녀 불교에 익숙하다는 박선이양. 그는 자신의 생일이 음력 4월 8일 부처님 오신날이라며 이것도 큰 인연이라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해인사=김두식 기자
doobi@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