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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교의회 더크 피카 집행이사
미국에서 종교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World Religion)의 더크 피카(Dirk Ficca) 집행이사는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은 수많은 미국인에게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종교간 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본지 명예기자 청월 스님이 10월 30일 세계종교의회 시카고 본부에서 더크 피카 집행이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ㆍ정리했다.

-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지도자들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 미국이 테러 피해국이기는 하지만 군사보복 행위가 미국을 위해 올바른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폭력은 더 악화된 폭력을 낳을 뿐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계는 ‘보복 공격’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종교전쟁 혹은 문화충돌로 몰고 가려는 탈레반 정권의 음모에 말려들고 있습니다. 자칫 아랍계 나라 전체가 미국과 탈레반 정권의 전쟁에 참전하는 비극적 상황을 부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세계종교의회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화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 미 테러 이후 미국 내 아랍계 사람들이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아랍계 사람들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총질을 한 백인이 “미국인으로서 할 일을 했다”며 떳떳이 말할 정도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8백여 아랍계 단체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 기독교계와 비기독교계의 분열은 물론 백인과 그 외 소수민족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종교의회는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국민들에게 테러리즘과 종교의 차이를 알리는 행사와 자료를 제공, 양측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종교의회 시카고 본부에 ‘핫 라인’을 개설, 미국인들에 의한 아랍계인의 피해 상황을 접수받아 해결하는 일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 뉴욕 테러 이후 세계종교의회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 미 테러 이후 뉴욕 한 이슬람 사원에서 개최한 ‘철야 화합 범종교인 모임’에는 2천여 뉴욕 시민이 참여‘평화와 사랑’을 다짐했습니다. 또한 세계종교의회 시카고 본부에는 지금까지 수천통의 감사 편지와 격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미 테러가 미국 내에서 활동하고 다양한 종교계 간의 이해와 화합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미이슬람협회 세이드 모하메드(Sayeed Mohenmed) 회장 역시 “뉴욕 테러 사건은 미국 내 종교계를 하나로 묶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며 제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 종교간 이해와 화합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 우선 모두가 서로 연관돼 공존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서로 존경하고 내 몸과 같이 서로를 대해야 합니다. 티베트의 종교지도인 달라이 라마가 “다른 것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이 종교간 화합의 첫번째 강령인 것이죠.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태도와 그 경험이 서로 공유되면 더 풍요로운 종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으면 성직자가 될 수 없는 시크교나 청정 수행자의 길을 따르는 불교의 만남, 고기를 먹으면 악업을 짓는 것으로 믿는 힌두교와 ‘고기는 삶’이라는 아프리카 토착종교의 만남에서 가장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리=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200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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