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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환속 25년 만에 산으로 들어간 까닭은 무엇일까. 이를 놓고 지인들은 이번 개작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초간본은 주인공 법운이 피안행 열차표를 찢고 속세로 달려가는 것으로 결말이 난 데 반해 개작판에는 법운이 피안행 열차표를 들고 정거장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결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정판을 탈고한 후 강원도 산속에 머물다 14일 처음으로 서울에 모습을 나타낸 지은이는 이에 대해 “확고한 진리를 얻었다고 해도 20대의 젊은 수행자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깨달음 이후의 보림의 필요성을 지은이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깨닫게 된 셈이다. 사실 지은이는 처음 <만다라>를 내놓았을 때 스님들로부터 ‘왜 작위적으로 주인공을 속세로 나오게 하느냐, 산으로 들어가서 더욱 공부에 전념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그 때마다 “당신들이 문학을 아느냐”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시대는 내가 너무 흥분했던 것 같아요. 불교의 깊고 넓은 세계를 20ㆍ30대의 젊은 열정으로 범접할 수 있겠어요. 법운이 다시 산문으로 들어간 까닭도 공부(정진)를 더 한 다음, 속세로 나와 그 깨달음을 중생들과 더불어 나누는 것이 소설의 완결 구조에 더 부합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은이는 작은 깨달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세속으로 곧바로 나오지 말고 보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판은 지은이의 연륜과 수행 그리고 지적 성찰의 집적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부분은 초간본에 비해 불교적 성찰의 형상화를 위해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지산 스님의 감상적인 방황 부분을 가지치기하거나 다듬은 점, 뼈를 깎는 지산의 참선과 단식 부분이 더욱 밀도 있게 그려졌다. 이밖에도 불교적인 진지한 성찰의 흔적들은 보다 튼실한 구도적 작품으로 비치게 한다.
만다라의 주인공 법운은 곧 작가의 분신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다시 오대산으로 향했다. “진정한 그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체의 것들을 단호하게 버려야 한다. 비워내지 않고는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쉰다섯 살이 된 지금도 잘 비워지지 않는다. 온갖 인연의 쇠사슬들이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마지막으로 한번 떠나야겠다는 생각이다.”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골 농막에 ‘토굴’을 마련하고 문학적 해탈을 위한 정진을 시작한 지은이는 겨울의 화두는 요승으로 일컬어지는 신돈을 역사적으로 복권시키는 것이다. 내년 봄 내놓을 장편소설 <마하 신돈>이 바로 그것이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