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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제22교구본사 대둔사가 조선시대 불교 연구의 중심도량을 선언하고 나섰다. 11월 3일 국내 최초로 대둔사에 문을 연 조선시대 불교 연구기관 ‘조선불교연구원’ 원장 보선스님(대둔사 주지)은 “조선시대 불교는 그 동안 호국불교, 산중불교라는 단편적 해석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특정 사찰이나 특정 인물의 위상을 강화하는 일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사와 불교사의 틀에서 조선시대 불교의 전반을 균형있는 시각으로 재조명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불교연구원은 99년 설립된 (사)서산대사 호국정신 선양회가 기폭제가 됐다. 스님은 “처음에는 서산대사 중심으로만 사고했을 뿐 조선불교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는 못했다”며 “조선시대 불교 연구가 워낙 취약하다보니 기초적인 자료조차 제대로 정리가 안 된 것을 보고 그렇다면 이 기회에 조선불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회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산대사만 하더라도 조선시대를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대선승이었는데도 신통력을 보여준 기인쯤으로 묘사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조선불교연구원은 불교학, 사학, 미술사학, 고고미술학 등 불교 관련 전문가 7명을 연구위원(위원장 김상현 동국대 교수)으로 위촉해 바로 이 ‘자료 축적’에 가장 중점을 둘 계획이다. 스님은 “현재의 한국 불교와 직접적으로 맥이 닿아 있는데도 지금까지 연구 성과는 승병, 선시, 민속사 등 지엽적인 부분에 국한돼 왔다”며 “조선시대 스님들의 비문이나 문집, 사적기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실록>, 유학자의 문집, 불화의 화기 등 다양한 자료 조사를 통해 조선불교의 전체적 모습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체계적이고 실속있게 연구 작업을 추진하겠다는 운영 원칙도 밝혔다. 스님은 “축적된 자료는 그때그때 자료집으로 발간하고 학술 세미나와 대중 강연 정례화, 조선시대 불교 전공자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을 통해 연구 성과를 전문가와 대중에 회향하겠다”고 말했다.
보선스님은 “조선시대 정치적 박해 속에서도 불교 교단은 꿋꿋하게 유지되면서 오늘날의 가풍인 간경, 참선, 염불의 전통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생활 속에 파고들어 서민화, 대중화의 길을 열어 놓았다”며 “연구소 개원을 시발로 한국 불교의 역사 정신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불교를 조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