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 나한상이 출토된 땅 소유자가 문화유적 보존을 위해 그 땅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창원 2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병호(49) 씨는 조선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한상 300여 점이 발굴<341호 16면 기사 참조>된 밭 332평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이 땅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나한상을 봉안했던 나한전 건물터도 함께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은 곳이다.
해마다 전국에서 300건이 넘는 발굴조사가 실시되지만 땅 소유자가 아무런 조건 없이 땅을 기증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김 씨는 "얼마 전 현장설명회를 찾은 문화재 전문가들이 돌로 만든 나한상이 나한전과 함께 무더기로 출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중요한 불교 유적이라면
불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모두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땅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곳에 절을 짓기 위해 준비 공사를 하던 김 씨는 지난 5월 높이 30cm, 어깨 폭 20cm 안팎의 소형 석조 나한상 60여 점이 출토되자 영월군에 이를 신고해 소중한 유물과 유적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도 했다.
공사 중 사유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면 공사 지연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해 출토 자체를 숨기는 경우가 많기에 김 씨의 이런 행동은 더욱 문화재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김 씨가 기증한 땅을 시가로 치면 700만원 정도 되지만, 액수를 넘어 문화재 보존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중한 불교 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절에 몇백만 원씩 불사금을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적이 제대로 보존돼 불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이를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이 땅에 대한 국가기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기증 절차는 간단하다. 김 씨가 국가 무상귀속 증명서를 첨부해 등기 이전만 하면 된다. 문화재청은 이 땅을 국가 소유로 할지, 영월군 소유로 할지를 놓고 검토중이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