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 종합 > 사람들 > 인터뷰
여든 살에 컴퓨터 그림 전시회 연 원의범 동국대 인도철학과 명예교수
원의범(80) 동국대 인도철학과 명예교수는 얼마 전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소원 하나를 풀었다. 10월 26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PC 운영체계인 윈도 XP 출시 기념식이 열린 서울 힐튼호텔에서 팔순에 그리는 그리움이라는 전시회를 연 것이다.

이색적인 것은 전시 작품 20점 전부를 붓이 아니라 윈도 95/98 보조 프로그램인 그림판을 이용해 그렸다는 사실이다.

"선이나 색상을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직선이든 곡선이든 결국 점 하나 하나가 모여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지요."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원 교수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가 된 뒤에도 ‘무얼 보면 그리고 싶어’ 이면지에 틈틈이 스케치를 하곤 했다.

15년 정년퇴임 전까지도 '컴맹'이었던 원 교수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손자가 그림판에 한번 그려 보라’고 권해서였다.

4년 동안 원 교수가 마우스를 이용해 그린 84점 속에는 평생 불교 공부, 철학 공부, 인생이 다 들어있다. 그림 옆에 적어 넣은 짧은 문구는 그때그때 떠올랐던 단상을 넘어 원 교수가 움켜쥐고 살아온 '화두'다.

예를 들어, 일 주일 넘게 뼈다귀 하나, 개 백 여덟 마리를 그리면서 느낀 건 뼈다귀 하나를 놓고 싸우는 모습이 아니라 사람도 사이좋게 나눠 먹기는 어려워라는 자기 반성이었고, 부처님의 자비심이었다.

6ㆍ25때 헤어진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흘리는 눈물에는 그 시대만의 아픔이 배어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지만, 예술도 인생 속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사는 게 곧 부처님 길이 아니겠습니까. 80 노구에도 동국대와 연세대 박사과정, 금강불교대학 강의 등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원 교수이기에 '그림판' 앞에 앉아 있는 모습 또한 더 이상 낯선 그림은 아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1-11-03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