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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찾아 떠나는 히말라야 순례기
1980년 10월 14일, 민야 콘카를 등반하던 한 젊은이가 눈사태로 영원히 히말라야에 묻히게 된다. 그의 이름은 조나단 라이트. 당시 나이 28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가이자 산악인이었다.
<아버지의 산>은 그와 함께 사고를 당했으나 극적으로 살아난 산악인이자 사진가이며,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미국인 릭 리지웨이가 조나단의 무덤을 찾아서 그의 딸과 함께 90일간 히말라야를 순례한 기록이다.

사고 당시 태어난 지 16개월 된 아기였던 조나단의 딸 아시아가 릭에게 아버지가 묻힌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그들은 함께 히말라야로 간다. 그곳에서 그들은 조나단과의 추억이 어린 티베트 사원과 셀파 마을을 여행하고 마지막에 민야 콘카의 기슭에 세운 돌무덤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조나단이 심취했든 티베트 불교에 대해, 조나단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 순간에 함께 있다는 소중한 체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은 릭의 체험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간다. 논픽션이면서도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다큐멘터리 작가로서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속에는 미국 현대 등반사의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보석처럼 빛나기도 하고, 알피니즘(Alpinism, 새롭고 창의적인 등산활동을 구현하려는 알프스에서 유래된 산악운동)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기도 한다. 한 예로, 가이드를 고용해 막대한 돈을 쓰며 오르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경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문 등반가로서의 배타적인 시각은 아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영기 섞인 등반은 알피니즘을 훼손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조나단이 그랬듯이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고’, ‘그냥 존재할 것’을 우리들에게 권한다.

“아시아는 돌 밑에 스카프의 양끝을 넣었다. 그녀가 아버지의 무덤에 스카프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것을 보며, 딸의 스무살 다리와 팔과 어깨가 스물여덟적 그 애 아버지의 몸과 닮은 것에 다시금 놀랐다. 불교에서 말하듯 모든 것이 무상하다. 나는 어쩌면 조나단이 했을 듯한 말을 스스로에게 했다. 그리고 이제 변화의 흐름이 스스로 돌아와 인연의 고리를 완성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조나단 라이트의 죽음에 관한 기록이자 삶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다. 딸의 삶 속에서 조나단의 숨결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릭은 집요할 정도로 치밀한 필치와 섬세한 묘사로 펼쳐 놓는다. 그의 붓 끝에 그려진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그곳을 향한 인간들의 거친 숨소리는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

또한 이 책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성찰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의 성취와 좌절, 인간적 욕망과 갈등을 알몸의 언어로 드러내 보인다. 그리하여 이 책은, 한편의 휴먼 드라마이자 모험담이며, 눈으로 보이는 세계너머의 본질에 대한 탐구서가 된다.

60년 도봉산 박쥐코스 암벽 등반 루트를 열었던, 재미 산악인 선우중옥 씨가 옮겼다.

아버지의 산
릭 리지웨이 지음, 선우중옥 옮김
화산문화, 1만1천원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
200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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