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르치는 은자들’
피터 프랜스 지음 / 정진욱 옮김
생각의 나무 / 1만 1천원
<삶을 가르치는 은자들>은 역사상 위대한 은자(隱者)들로 기억되는 이들의 삶을 분석,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그들이 남긴 영적인 통찰과 삶을 바라보는 지혜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은둔의 양상과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분석한다.
노장(老莊)으로부터 출발해 황야의 교부들, 스타레츠, 라마크리슈나와 샤를 드 푸코, 헨리 데이빗 소로우를 거쳐 현대의 은자들인 토머스 머튼과 로버트 랙스 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은자들의 삶을 보면 은둔이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에 따라 선택되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종교적인 수행과 결합되어 설명되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럴 때 은둔은 보다 뚜렷하고 의식적인 합목적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들은 종교적인 영성의 획득을 통해 세상에 구원의 빛이 되고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동시에 그 삶을 드러내지 않고 감춘다.
황야의 교부들은 초기 기독교 시대에 그리스도가 남긴 사막의 고행의 비유에 영향을 받아 사막에서 극단적인 은둔을 추구한다.
그들은 나뭇가지로 지붕을 덮은 돌 동굴에서 극단적인 금욕주의를 표방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깨우고 신과의 교통을 시도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은 금욕을 통한 참된 인간성의 회복이었다. 라마크리슈나와 샤를 드 푸코 역시, 고행과 은둔을 통해 자신들의 종교적인 신념과 영적인 가치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이들과는 반대로 정치적인 소신에 의해 저항으로서의 은둔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이다. 그는 자신이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를 “삶을 신중하게 살고 싶고, 오로지 삶의 가장 핵심적인 것만을 마주하고 싶고,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내가 삶을 헛살았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은둔은 소로우 자신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몰고 왔다. 그는 오늘날 활발하게 논의되는 시민 불복종과 생태주의 운동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이 책은 은자들의 삶을 통해 현대적 삶에서의 고독과 은둔이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를 밀도 있게 탐문하고 있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