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세월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궁궐이나 가까운 절에 올라가 보면 현대 건축물과는 또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의 전통 건축이 주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편안함과 넉넉함, 그리고 건물 자체에서 전해지는 온기입니다. 궁궐은 궐다운 위엄과 격조 높음이 있고, 사찰은 사찰대로의 엄숙함과 자연 지형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편안함이 느껴지며, 일반 민가는 민가대로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멋이 배어 있습니다.”
도편수(건축물의 기본 틀에서부터 재목을 다듬고 공사 전반을 총감독하는 대목장) 신응수 씨는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 그것은 그의 평생 화두이기도 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이며, 문화재기능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가 45년 목수 인생과 우리 건축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은 <천년 궁궐을 짓는다>를 펴냈다.
이 책에는 그가 중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상경해 우연히 목수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이후, 현재 목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궁궐공사를 하는 도편수가 되기까지의 애환이 담겨있다. 그는 1975년 수원 장안문 복원공사에서 도편수를 맡은 이래 지금까지 한달도 공사가 없었던 적이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내왔지만, 목수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옛 건축의 아름다움을 오늘에 이어온 장인이다.
신씨는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고건축 한길만을 고집하며 걸어온 내 삶의 과정과 그에 따른 결과물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고건축을 이해하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그가 지금까지 참여한 대표적인 복원공사로는 덕수궁 중화전,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규장각 옥당, 경회루, 흥례문, 무량사 극락전, 수원성곽 장안문, 진주성, 촉성문 등이 있다. 신씨는 궁궐과 사찰외에 다른 공사들도 많이 맡아했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와 출입문인 상춘문,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서울 필동 한국의집, 서울 이태원의 이병철 회장이 사용하던 승지원 등이 그가 만든 집들이다.
이 가운데 황금 단청으로 아름다움을 더한 단양 구인사 대조사전을 자신의 평생 역작이라 말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문화재 건축을 해왔지만 구인사 대조사전은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외 7포 내 11포의 3층 다포집으로 지었는데 전체를 못하나 쓰지 않고, 나무로 짜 맞추었다.”
책에서 그의 우리 건축에 대한 사랑과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나무 박사’라 불리는 그가 고건축의 재료로 쓰이는 소나무를 선별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도 흥미롭다. 그는 일주일에 2~3일은 태백산 줄기 곳곳을 누비며 굵은 토종 소나무 확보에 열을 올리고, 몇백 년 후에 큰 재목으로 쓰일 수 있도록 20만평 정도의 소나무 임야를 구입해 따로 키우고 있기도 하다.
신씨는 현재 2009년쯤 마무리될 예정인 경복궁과 창덕궁 복원공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목수 일을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재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도 펴낼 예정이다.
신씨는 힘주어 말한다. “천년이 지나도 인정받는 우리의 건축물을 짓고 싶습니다. 오로지 그 꿈 하나로 오늘까지 살았고, 그 꿈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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