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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왜 인디언에 열광하나?
최근 인디언의 삶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틱낫한, 달라이라마 책의 열풍을 이을 또 하나의 ‘마음 공부’ ‘영적 수행’ 이야기의 확산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왜, 지금 우리는 인디언에 관심을 갖는가? 그것은 분명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 문명에 결핍된 부분을 인디언의 삶에서 찾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수천년의 전통을 이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디언들의 공동체적 상생의 삶에 대한 공감이,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백인들에 의해 짓밟힌 극적인 최후와 어우러지면서 신화화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인디언의 삶의 방식과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60년대부터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열광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격렬한 변화를 겪던 시기였고, 많은 젊은이들이 정신적 공황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취하던 때였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직수입되었다는 것은, 다르게 이해하면 우리 문화도 그만큼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고, 삶의 방식 또한 미국화 되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우리 전통의 문화와 정신도 제대로 보존하고 계승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디언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은 지적 유희, 관념적 현실 비판 의식과 출판 상업주의의 만남이 이루어낸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녹색평론 김종철 대표는 “비폭력적 문화를 갖고 장기적으로 살아온 인디언들의 삶 자체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인디언의 본질적인 삶의 문제 특히 백인들에 의해 짓밟혔던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 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의 출간은 단순한 출판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우리 사회가 갈망하는 것들에 대한 달콤한 읽을거리 정도의 상품적 차원에서 접근한 책들은 가벼운 읽을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르릉천둥이 말하다’
카르멘 해뜨는 포프 지음 / 조병준 옮김
나무심는 사람 / 1만 2천원

‘구르는 천둥’
더글러스 보이드 지음 / 류시화 옮김
김영사 / 9천9백원

최근 나온 <우르릉천둥이 말하다>와 <구르는 천둥>은 체로키 인디언 치료사로 유명한 우르릉천둥(Rolling Thunder, 우르릉천둥과 구르는 천둥은 동일인이다)을 다루었다.

<우르릉천둥이 말하다>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카르멘 해뜨는 포프가 그의 연설문과 녹음테이프를 직접 풀어낸 것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1997년 이후에 집필됐는데, 인디언과 인디언이 아닌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구르는 천둥>은 1974년 백인인 더글라스 보이드가 쓴 책이다. 에피소드와 대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단순하고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출간되었을 당시에 서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이 분야에서는 고전에 속한다.

백인이 외부에서 인디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쓰여진 것이 <구르는 천둥>이라면, <우르릉천둥이 말하다>는 인디언 우르릉천둥의 눈으로 내부에서 밖을 향해 직접 우리에게 말을 하듯이 쓰여졌다.

“영적 삶의 길은 하루 24시간 내내 이어지는 것이며,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내 영적 삶의 길은 살아 있는 아름다운 나무들 속에, 하늘에 빛나는 태양 속에, 내 이마 위의 하늘에 담겨 있다. 흐르는 강물과 대양이 나의 경전이고, 나의 종교다.”

“무관심은 사람들에게 행하는 폭력과 같은 질병이다. 냉담한 사람들은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다. 그들은 자기의 이웃이 누군지 조차 모르고 있으니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한다.”

우르릉천둥은 1915년 미국 남동부의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에서 태어났다. 백인 정부에 의해 인디언들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보호구역 안으로 내몰리던 시기였다.

타고난 산사람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족의 지도자들에게 특별한 능력을 인정받아 인디언 세계의 영적 지식과 의술을 전수받았다.

10대 후반에는 홀로 숲에 들어가 수행을 했고, 이때 처음으로 동물·식물과 의사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숲에서 나온 뒤 본격적인 수행을 하며 여러 치료사들의 제자로 입문해 가르침을 받았다. 30대에 ‘위대한 영혼의 뜻’을 깨닫고, 쇼쇼니 족의 인디언 여성 얼룩새끼 사슴과 결혼해 서부 네바다 주에 정착했다.

이때부터 그는 치료사로서, 영적 조언자로서, 또한 인디언 부족의 대변자로서 개인과 사회, 지구의 건강 문제에 적극 참여했다.

우르릉천둥은 히피 세대에서 이어진 뉴에이지라는 정신적 폭발의 도화선 중 하나였다. 당시 미국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에게 끼친 우르릉천둥의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들은 우르릉천둥을 자신들의 영적인 지도자로 생각하고 그에게서 많은 가르침과 영감을 받았다. 반전 세대의 대표이자 록 음악의 전설인 밥 딜런, 존 바에즈, 비트세대를 대표하는 시인 알렌 긴스버그 등이 우르릉천둥으로부터 직접적인 영적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우르릉천둥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인디언들의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환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지구를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고, 인간 역시 그것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폈다.

그는 일관되게 ‘환경의 문제는 바로 마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의 이런 활동과 시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오늘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
200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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