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부처’
토마스 J. 맥팔레인 지음 / 강주헌 옮김
황소걸음 / 1만원
“욕망을 버리지 못한 인간은 덫에 걸린 토끼처럼 사방을 헤집고 다닌다. 그러므로 중생이 스스로 무욕의 경지를 추구함으로써 욕망을 떨치게 하라.”(부처)
“인간 본연의 한계를 깨닫고 물질적 욕망을 채우려는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가치 있고 조화로운 삶을 성취할 수 있다.”(아인슈타인)
부처와 아인슈타인.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고타마 석가모니 부처는 기원전 5세기 경 35세의 나이에 깨달음을 얻고, 엄격한 계급사회였던 당시 힌두사회에 “차별없는 평등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 26세의 나이에 “시간과 공간은 관찰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과학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아인슈타인과 부처>는 2천 5백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현실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탐구했지만, 많은 점에서 같은 결론에 이르렀던 두 사람을 통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의 만남을 보여주는 책이다.
여기서 부처와 아인슈타인은 단순히 깨달음을 얻은 부처와 세계적 물리학자로서 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정신 문화적 코드이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자들의 말과 부처를 비롯한 동양사상가들의 말을 맞대 놓음으로써, 현실세계의 본질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이 동양사상과 얼마나 유사한가를 보여준다.
공간 이외에 시간과 물질, 사물의 본질, 패러독스를 통한 현실 인식,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관계, 경험을 통해 지식을 확인하려는 욕구 등의 분야에서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물리학자들의 증언과 동양사상가들의 증언은 일치한다.
또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현대물리학자들의 생각은 아시아의 옛 철학자들이 터득한 세계관과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진리와 동양의 영적 지도자들이 추구하는 진리사이에는 단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
과학자들이 외적인 세계를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모든 것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진리를 발견했다면, 동양의 영적 지도자들은 아주 개인적인 내면의 성찰을 통해서 똑같은 진리의 세계에 도달했다.
이는 과학과 종교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여겨 왔던 기존의 이원론적 사고의 틀을 깨고, 과학과 종교가 상호보완적 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인식의 근거들은 최신 과학 이론인 ‘복잡계이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든 현상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키어 연결되어 있으며,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질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사상과도 그대로 연결된다.
두 세계 현자들의 말 속에 들어있는, 동서 고금의 삶에 대한 지혜와 진리를 접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