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사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열리는 연등 행사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대표적 불교 행사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연등 행사에 필요한 경비를 어떤 식으로 마련했을까?
<고려사>나 <동국세시기>를 보면 옛사람들은 경비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시켰다. 바로 ‘호기 놀이’이다. 연등 행사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장대에 종이를 붙여 깃발을 만들고는 성안을 돌아다니면서 쌀이나 돈을 얻어 비용으로 썼다. 고려 공민왕 때에는 궁궐에서 이를 재연해 공연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에 의해 행해진 연희라는 뜻에서 ‘호기희’ ‘호기동희’라고도 부른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불교민속놀이>는 호기 놀이, 삼회향(三廻向) 놀이, 법고(法鼓) 놀이, 탑돌 놀이, 정대불사, 연등 놀이 등 대표적 불교민속놀이 6개에 대한 조사보고서다.
고려시대에 있었던 법회인 장경도량을 계승한 해인사 정대불사나 법주사 탑돌 놀이처럼 불교 의례적 성격이 강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연등 놀이나 호기 놀이처럼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발전한 것들도 있다. 법회의 뒤풀이에 해당하는 삼회향 놀이, 법고 놀이는 처음부터 놀이적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연등 놀이와 정대불사, 탑돌 놀이를 빼곤 일제의 고유문화 말살 정책과 근대화로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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