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
디트리히 제켈 지음
이주형 옮김
예경, 2만9천원
종교로서의 불교와 예술로서의 미술은 어떻게 결합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는가.
<불교미술>은 바로 불교와 미술의 오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불교미술의 역사적 전개과정, 불교미술이 전해진 경로, 다양한 지역 사이의 연관관계, 또 주된 중심지로부터 주변으로 확산될 때 중개했던 지역의 역할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불교 미술의 기본 개념과 주제별, 도상적 유형과 표현 형식까지 언급하고 있어 이 한권이면 불교미술의 역사를 꿰뚫을 수 있다.
이 책은 독일의 유명한 미술사학자 디트리히 제켈(92세)이 1962년 독일에서 기획된 ‘세계의 미술’ 시리즈의 한권으로 펴 낸 것을,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이주형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저자인 디트리히 제켈은 베를린대학에서 독일문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나치 독재 때 일본으로 건너가 47년까지 머물면서 일본의 불교미술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동양미술을 폭넓게 공부했다. 종전과 함께 귀국한 뒤, 전후 독일에서 동양미술사의 연구와 교육의 기틀을 확립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불교미술에 관한 서양어권 개설서로 이만큼 종합적은 책은 지금까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교미술은 인도에서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내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범위에 걸쳐 이천년 이상 전개된 다양한 양상을 포괄하기 때문에, 책 한권에 담는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일 일뿐 아니라, 특정 분야에 국한된 요즘의 연구자들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
이 책은 40년전에 쓰여진 만큼 세부적인 정보 제시의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동서양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폭넓은 인문적 교양을 바탕으로 커다란 윤곽을 성공적으로 그려낸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섬세한 관찰과 예리한 통찰력, 상상력의 깊이를 느끼게 되며, 불상과 그 밖의 여러 신상들 간의 표현상 계위의 차이나 상과 상징의 문제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 지난 수십 년간 이런 문제들이 얼마나 소홀히 다루어졌는가를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한국 불교미술에 대한 서술이 매우 간단하고, 일본과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인 디트리히 제켈이 이 책을 집필한 60년대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원색 사진 58점을 포함해 총 254점의 사진이 수록돼 있으며, 부록으로 책 뒤편에 지도와 연표를 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