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문명의 문제에 천착하는 행동하는 지식인 웬델 베리의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가 나왔다.
웬델 베리는 미국 켄터키 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고향과 땅에 대해 재발견한 후 고향인 켄터키로 돌아가 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시인, 소설가이다.
그는 1956년산 타자기로 글을 쓴다. 컴퓨터는 그에게 대형 전력산업과 기술산업에 의존하게 하고 기존의 유익한 것들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물건일 따름이다.
그는 거대기술과 개발 위주의 발전이 아닌 소규모 기술과 개별적 특수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예컨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늘리는 대신 자건거 도로나 사람이 다니는 길을 늘리고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환경오염이나 잘못된 음식문화 등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각성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앎의 문제’에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앎이란 자급자족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며, 책임감의 다른 이름이다. 땅과 공동체와 자기자신의 건전성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살아가기’는 농촌에 몸담고 살아가는 저자가 도시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땅과 자연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문제를 근본주의적 관점에서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 시대 문명의 진보나 기술혁신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실행 가능한 실천적 노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이끌어낸다.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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