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대표적 축제로 알고 있는 팔관회와 연등회. 이들 축제는 어떻게 진행됐으며, 축제에 참여한 우리의 조상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사를 ‘박물관’형식으로 담아온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 7권 ‘고려생활관1’은 고려의 국가적 축제인 팔관회를 역사학계의 고증을 거쳐 최초로 재현해 보인다.
팔관회는 부처님께 등불을 공양하는 행사인 연등회와 함께 고려 사회의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였다. 원래 불교 신자들의 수련 행사였던 팔관회는 고려 시대에 이르면 계율을 지킨다는 본래 성격은 사라지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잔치의 성격으로 자리 잡았다. '가상체험실'에서는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 이 행사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의식 진행순서와 각종 부대 행사까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책이나 TV프로그램에서 주로 다루어온 후삼국 통일, 왕자의 난 등의 ‘역사드라마’에서 눈을 돌려 고려 서민들이 펼치는 일상의 삶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와 함께 유학이나 전통무속 등이 두루 숭상되었고, 한반도 최초의 단일 국가로 세계로 나아가 우리 민족의 이름('코리아')이 된 고려. 불교 회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려 불화와 불교의 힘으로 몽골의 침략을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낸 ‘잘생긴 고려’이자 무뚝뚝하고 투박한 석불을 탄생시킨 ‘못생긴 고려’.
고려를 말할 때 불교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려의 황도 개경에는 흥국사ㆍ보제사ㆍ봉은사ㆍ개국사 등 500여 개의 사찰이 있었고, 개경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십자가 남쪽에 있었던 보제사에는 높이 60m가 넘는 5층탑이 세워져 있었다. 향나무를 베어 갯벌 한복판에 묻는 ‘매향(埋香)’은 미륵부처를 만나려는 염원을 담은 의식이었다. 이밖에도 사찰의 경제와 사찰행사, 승려가 되는 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려시대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고려인들은 도살금지령을 여러 번 내렸을 만큼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영위했다. 김치도 이때 발달했고, 밥과 국의 상차림이 기본이 된 것도 이때였다. 동동주, 국화주, 두견주, 오가피주 등 술 종류는 수없이 많았고, 안주로는 말린 고기와 해산물이 인기였다.
고려의 관문인 벽란도에서는 아라비아·중국·일본의 무역선과 이들 상인이 싣고 온 물자들이 거래됐으며, 불교와 함께 유학이나 무속, 풍수지리 등이 두루 숭상됐던 다원적 문화 풍속도를 잘 보여준다. 고려청자의 제작과정과 사진을 통해본 세계 도자기문화 발전과정도 흥미롭다.
무인정변과 몽골침략으로 격동하던 고려 후기 생활상을 다룬 ‘고려 생활관2’는 올 12월 출간될 예정이다. 값 1만6천8백원.
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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