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를 훌훌 털고 멀찌감치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소망일 것이다. 그 휴식이 바로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과 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조연현 엮음, 한겨레신문사)는 황대권, 유정길 등 환경운동가와 생태탐험가 9명이 직접 세계의 대표적인 공동체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얻은 체험담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미국, 스리랑카, 인도 등 전세계 8개 나라 13개 공동체 마을에서 짧게는 몇 주일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살면서 깨달은 삶의 진리와 바뀌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간결하고 솔직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를 비롯해 인도의 명상마을 ‘오로빌’,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캐나다의 생태마을 ‘아젠타’, 무소유를 실천하는 일본 ‘토요사토’, 영국의 퀘이커 공동체 ‘우드브록’ 등이 소개돼 있다.
플럼빌리지를 찾은 환경운동가 김병수씨는 “1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를 평균 3분내지 5분에 걸려 걷는 걷기 명상을 통해 빨리 걷거나 뛰는 것도 모자라 동네 구멍가게에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한다.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의 자비명상 운동은 비단 한 마을만의 운동이 아니라 스리랑카 전체 마을의 절반이 넘는 1만3천개 촌락에서 펼쳐지는 마을 개발 운동이다.
가난도 거부하지만 부도 역시 거부한다는 이 곳을 방문한 조연현 한겨레신문사 기자는 “방문자들 중 자비명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과 증오, 원한 등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방돼 마음이 환해짐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책을 읽으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것 같은 독자들의 배려를 이미 눈치 챘기 때문일까, 미래의 탐방객들을 위해 각장마다 말미에 해당 공동체의 지도와 주소, 인터넷 사이트,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다. 값 9천5백원.
김주일 기자
jik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