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양철학의 성과를 동양사상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해온 철학자 김형효 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가 현대사상가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사유를 화엄학과 선학의 각도에서 해석한 책을 펴냈다.
김 교수의 전작 <하이데거와 마음의 철학>(청계)이 하이데거의 사상을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으로 해석한 것이라면, <하이데거와 화엄의 사유>(청계)는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을 불교의 화엄학과 선학으로 이해한 것이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하이데거의 사상을 불교의 화엄 사상에 의거해 해석함으로써 하이데거의 철학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난해한 하이데거의 사유를 보통 지성인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가급적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하이데거의 사상을 불교 사상과 비교하는가? 1995년 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에서 ‘하이데거와 불교 사상’이란 강의를 시작으로 하이데거의 철학과 불교 사상에 대해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연구를 계속해온 김 교수는 책의 서론 ‘과학기술시대에 왜 하이데거를 불교적으로 해석하는가?’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이 불교의 철학과 함께 깨닫는 정신의 초탈적 사유를 가장 탁월하게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하이데거를 안다’는 차원을 넘어서 불교의 유식학, 화엄학, 그리고 선학에 관한 공부 속에서 하이데거를 이해하고 소화하는 독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근대정신이 인간의 지성과 의지로 세상을 변혁하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나, 세상은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진단하며, 하이데거는 “세상은 변해지는 대상이 아니라 회복되어야 하는 시원적인 사실이라고 보았다”고 밝힌다. 즉 세상을 바꿔야하는 대상으로 보는 서양정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상의 시원적인 사실인 무(無)와 공(空)의 개념을 하이데거가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은 소유와 경제, 과학기술에 집착하는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넘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으며, 인간이 ‘마음의 가난’을 기억하고 마음의 길닦기를 해야 한다는 진리를 밝히고 있다.
‘철학연구가만 있을 뿐 철학자가 없다’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자생적 철학자로 평가받는 김형효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벨지움 루벵대학교 철학최고연구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원장과 한국학대학원 대학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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