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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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으로 더위를 잊어보세요
휴가 떠나는 길에 작지만 알찬 원로 시인들의 시집 한 권 챙겨보자.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길을 서성이고/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운댄다/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시인이 4년 만에 새 시집 <뿔>(창작과 비평사)을 펴냈다.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고 밝힌 시인의 글에는 사회적 약자와 보잘것없는 존재를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최근 유행하는 시들에 대한 걱정을 담은 시인의 산문도 눈길을 끈다. 시인은 "우리 시가 억지에 의해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사소한 것에 매달려 시 자체를 왜소하게 만들고 하는 것이 모두 절규성의 상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숨이 찬 것은/딱딱하고 두꺼워지는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부활을 꿈꾸며)

이재무 시인은 여섯 번째 시집 <위대한 식사>(이재무 지음, 세계사)에서 시의 영역을 보다 보편적인 삶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다. 등단 이후 농촌의 생동감 넘치는 삶과 도시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그려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연파괴와 생태계 복원을 말한다.

‘이제/돋보기가 필요한 나이,/늙는다는 것은/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것이다/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안다는 것이다’(원시遠視)

오세영 시인(서울대 국문과 교수)은 자신의 연시들을 묶어놓은 시선집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책만드는 집)를 "77편, 절망과 사랑의 시"라 명명했다.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시인의 뛰어나고 깊은 성찰을 느낄 수 있다.

'흐린 가을 저녁 찬비는 내리고/일월(日月)이여 있음은 무엇이고 없음은 무엇인가/언제나 벼락이 있고/멀쩡한 대낮에 비가 오네/그러므로 일월(日月)이여/좀더 닦아야 하리/이 책상도 닦고...' (일월)

서문에서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를 거쳐 불교와 만나게 된 건 고마운 인연이다"고 밝힌 이승훈 시인은 시집 <인생>(민음사)에서 '금강경'에서 말하는 '무주(無住)', 즉 '머무는 것은 없고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이라 말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나는 없다, 모든 것은 허상이다’라는 깨달음으로, 시와 인생에 대해 진지하고 명상적인 시들을 선보인다.

여수령 기자
snoopy@buddhapia.com
200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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