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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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언 멸망사 ’= 미국의 ‘위대한 서부 개척사’
신대륙은 없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백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땅이었을 뿐이다. 그곳은 오랜 세월 동안 그곳의 자연과 한몸을 이루며 살아온 ‘인디언의 땅’이었다. 그들은, ‘대지’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품위 있는 종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백인들이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야만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인디언 역사책 가운데 하나인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나무심는 사람)가 나왔다. ‘미국 인디언 멸망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비장미 넘치는 인디언의 최후를 당대의 시대 상황과 증언을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

최후의 인디언들은 이렇게 말한다. “백인들은 우리 고유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자기네처럼 살게 만들려고 했다. (…) 우리가 백인들에게 인디언처럼 살라고 했더라면 그들도 반발했을 것이다. 왜 바꿔 생각하지 못하는가.” 미국 서부의 인디언 부족인 샌티 수우족의 추장 큰 독수리의 말이다.

“자유롭게 태어난 사람이 우리에 갇혀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고서 만족하기를 바란다면 강물이 거꾸로 흐르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네즈페르스족의 추장 조셉의 말이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미국인의 자유를 위한 제물이 되었고 살아남아서는 ‘보호 구역’에 갇혔다. 따라서 그들에게 가해진 피의 역사는 미국인들의 ‘위대한 서부 개척사’가 된다. 오죽했으면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신문인 ‘워싱턴 포스터’조차도 “이 애타고 가슴 미어지는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누가 야만인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적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미국에 대한 가장 고통스런 기록’이라고 고백한다.

붉은구름ㆍ아침별ㆍ앉은소ㆍ작은까마귀ㆍ열마리곰ㆍ흰유령ㆍ바보개…. 시적 영감으로 충만한 이름을 가졌던 인디언들은 최초에 백인들이 자신들의 땅으로 왔을 때, 그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나눠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백인들로부터 목숨과 터전을 빼앗겼다.

지은이 디 브라운은 “역사란 언제나 현재로 스며들어오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과거의 인디언이 어떠했나를 앎으로써 현재의 인디언을 보다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다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오늘의 우리는 ‘인디언’이라는 낱말을 ‘현대 문명’이라는 말로 바꿔 읽을 필요가 있다. ‘세계화’라는 말로 대변되는 오늘의 문명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신대륙 대신 전지구를 백인 특히 미국의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현대 문명 자체가 인디언처럼 파괴와 경쟁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디언 멸망사이자 인류 문명의 내일에 대한 예언서로 읽을 필요가 있다.

인디언 멸망사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1492년)에서부터 인디언의 운명을 결정짓는 운디드니 전투(1890년)에 이르는 400여년에 걸친다. 그러나 이 책은 1860년에서부터 1890년까지 30년 동안의 한 세대에 초점을 맞추어 인디언의 멸망 전과정을 생생히 복원해 낸다.

다큐멘터리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이 책은 1971년 축간 이후 17개 언어로 번역되어 500만 부 이상 팔렸다. 값 1만8천원.

윤제학 기자
yunjh@buddhapia.com
200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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