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 특강 ‘논어이야기’로 숱한 화제를 뿌리다 돌연 대중들의시야에서 사라졌던 도올 김용옥이 1년3개월 만에 달라이라마를 업고 다시 대중들에게 나타났다.
그간 뉴욕 일본 인도 등지를 오가며 원시불교에 탐닉한 도올은 달라이라마와 만나 종교와 과학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눈 것을 바탕으로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인도로 가는길(통나무)을 펴냈다.
모두 세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제1권에선 역사적 인물로서의 붓다의 참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팔리어 삼장’을 중심으로 원시불교를 탐구하고 있으며 제2권은 인도여행을 통한 인도역사와 불교미술사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제3권은 어렵게 만난 티벳의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올은 원시불교에 빠지게 된게 뉴욕에 3개월 머무는 동안 뉴욕 지성가에 원시불교에 대한 조명작업이 활발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그 동안 한역불전에만 의존해온 것과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밀교의 모든 것이 구비된 듯이 보이는 티벳불교와는 괴리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윤회란 무엇인가, 업이란, 고행과 신비주의, 해탈, 무아의 경지 등 이런 주제들을 도올 특유의 쉽고 평이한 글로 풀어내고 있어 비교적 부담없이 읽어내려 갈 수 있다. 특히 여행자의 눈에 비친 다양한 사진들을 장마다 풍부하게 싣고 있어 영상사진집을 보듯이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에서 도올은 우리의 잘못된 불교 이해를 지적하기도 하는데 가령사리를 흔히 스님의 도력과 일치시키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끄러운 요습이라고 지적한다. 다비는 본래 시체를 완벽하게 무화시키는 것인데 사리는 뼈까지 완벽하게 소진시킨 다음에 남은 어떤 미네랄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불경에서 말하는 사리는 이런 고열에서 생겨난 광물성의결정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 타고 남은 뼈, 유골 자체를 말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나아가 도올은 인도의 스투파라 부르는 탑과 우리나라 절의 탑과 불상 등을 비교하면서 독특한 해석을 내놓는다.
절에 가면 불자들은 불상이 있는 근정전부터 찾고 절하지만 본디 경배의 대상은 유골을 담은 탑이라야 옳다는 것이다. 도올은 우리나라 유명사찰의 탑과 전의 가람배치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탑중심에서 불상중심으로 옮겨가게 된 배경을 찾아낸다.
즉, 초기에는 1탑 구조였다가 1탑1금당으로, 다시 쌍탑 1금당 구조로 바뀌면서 탑은 금당 앞에 놓인 단지 조형물로 전락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쌍탑식 가람배치는 통일신라 초기부터 자리잡게 되는데 이 시기는 백제의 멸망과 함께 통일신라가 전제왕권으로 치닫게 되는 때로, 불교 가람의 성격도 탑 중심의 평등구조에서 불상 중심의 권위구조로 전환되는계기를 맞게 됐다는 해석이다. 황룡사의 1탑3금당체제와 감은사의 1금당2탑체제는 바로 이 역전 현상을 보여 주는 예이다.
달라이라마와는 종교간 화해와 공존의 길을 비롯해 과학과의 관계,종교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대담을 통해 달라이라마의 열린 의식, 특히 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윤회를사실로 보는 시각같은 것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도올이 이 책에서 집요하게 추적한 것은 2500년 전 인도땅에살았던 역사적 붓다에 대한 탐구다. 국내 불교학계에서 이 부분에 대한논설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하나의 논쟁거리를 다시 제공하는 셈이다.
이 책을 내놓으면서 김용옥 씨는“이 책이 우리 사회가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길목에서 어떤 새로운 도덕성을 획득하는 계기로 활용되기를 갈망한다며 특히 우리 민족에게 종파와 무관하게 큰 마음, 한마음의깨달음을 줄 수 있기를 빈다”고 말했는데 지난 번 논어이야기에서 빚어진 논쟁을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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