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 있는 스님들의 90%는 참선수행을 하려고 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의 전통 선방은 외국인 스님들의 입방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중 사찰에서 외국인 수행자의 존재는 이제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조계종에만도 40여명의 외국인 승려가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 있다. 벽안의 현각 스님의 설법에는 많은 불자들이 몰린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간화선(看話禪)이라는 대승불교의 전통을 맛보기에 우리 나라가 최적지이기 때문. 그러나 대부분이 시행착오를 견디다 못해 본국으로 돌아가 환속한다고 한다.
『불교와 문화 7.8』은 <외국인 스님들의 국내정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특집을 통해 사실상 외국인 스님을 내몰고 있는 한국 불교계의 배타성을 꼬집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스님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 다시 돌아가는 이유'라는 글은 "한국의 유명 전통 선방이 제대로 참선수행을 하고자 날아온 외국인 스님들의 입방을 선뜻 허락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대부분이 이 경우"라고 밝혔다.
원인은 한국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사미계를 받지 않으면 입방을 불허하는 관례가 외국인 스님들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 글은 "입방조건이 느슨해지면 선방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비난할 수만은 없으나 개방과 포용의 합리적 대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공소사 주지인 청아 스님도 '외국인 스님들의 국내정착,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한국불교의 폐쇄성과 비합리성, 국제포교의 개별성 등을 이들의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스님은 "국제포교가 개별적 차원에서 시작하고 끝나기 때문에 외국인 승려의 정착에는 개별적인 한국 승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그 한국 승려가 입적할 경우 외국인 승려는 원치 않는 본국행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구산 스님이 송광사 국제선원에서 외국인 수행자 300여명을 키우다가 입적한 후선원의 명맥이 끊긴 것이 대표적 사례.
청아 스님은 한국불교의 고질적인 문중 중심의 폐쇄성 탓에 "외국인 승려들도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문중.계파에 속하게 되므로 다른 문중.계파로부터 폐쇄적으로 취급받거나 스스로 폐쇄적으로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도량 운영에 관해 개별 문중이나 계파, 승려의 영향이 미치지 않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총림의 사격(寺格)을 갖춘 외국인 전문도량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