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가는 휴가때 배낭에 채울 짐도 많은데 책을가져 가는 것은 얼핏보면 이치에 맞지 않은 행동이다. 하지만 이동중 가볍게 읽을만한 책 한권이 짐속에서 빠진다면 왠지모를 허전함 또한 우리는 한번쯤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책이 바로 삶의 중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막상 무슨 책을 가지고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오랜 시간 동안 검증받은 스테디셀러를 가져 가는 것이 후회를 덜 하는 방법이다. 휴가시 배낭속에 가지고 갈 스테디셀러 10권을 소개한다.
■선방일기(지허 스님 지음, 여시아문 刊)
선방은 선승의 수행 장소로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이다. 선방의 속내를 비공개로 함은 불가의 오랜 전통이기 때문이다.
선방의 일과가 솔직 담백하게 실려 있는 <선방일기>는 결제 불공을 마치고 용맹정진하는 선객들의 모습에서부터 소임, 선방의 생태와 풍속, 포살, 해제 등은 물론 3개월 동안의 결재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지허스님이 털어 놓은 선방의 뒷이야기도 이 책의 또다른 맛. 조실스님과 주지스님의 시자(올깨기, 늦깨기)들의 서열다툼, 원주스님 몰래 숯불에 감자를 구워먹는 이야기 등은 책을 읽는 솔솔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값 5천원.
■화(틱낫한 지음, 명진출판 刊)
틱낫한 스님의 저서 ‘화(Anger)’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붉히게 되는 현대인들이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방화범을 잡기보다 불을 먼저 꺼야 하는 것처럼, 화가 날 때는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화를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 볼 것을 권한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화를 자극하는 요소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한 스님은 화를 다스림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앞서 설명한 방법들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서인 ‘타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맹세’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5가지 훈련’ ‘화를 다스리기 위한 호흡법’ ‘몸의 긴장을 푸는 에너지 만들기’를 실었다. 값 8천9백원.
■휴식(월호 스님 지음, 해들누리 刊)
하루하루 복잡하고 바쁜 생활을 사는 사람들은 마음의 휴식과 안식을 찾게 된다. 하지만 막상 휴식할 시간이 주어지면 그냥 푹- 쉬지를 못한다. 고작 한다는 짓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를 뒤적이는 것이 전부이기 십상이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월호 스님은 조용히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휴식’을 가질 것을 권한다.
<휴식>에는 ‘나는 하루 동안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가’, ‘모든 스트레스에 0을 곱하자’ 등 휴식에 관련된 60여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마음이 청정하면 세상이 청정하다(心淸淨 國土淸淨)’는 <유마경>의 말씀에 빗대어 “내 마음이 쉬면 세상이 쉰다.
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면 세상도 평화롭지 못하다. 마음이 쉬지 못하면 진정한 휴식이라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하는 월호 스님. 진정한 쉼을 선의 정신에서 찾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값 8천원.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지현ㆍ일지ㆍ윤창화 공저, 민족사 刊)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는 불교 초심자들을 위해 탄생한 책이다. 하지만 결코 초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불교교양대학 학생들은 물론 포교사의 길을 가겠다고 서원한 포교사들까지, 불자라면 한번쯤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왜냐하면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이는 불교 용어 가운데 막상 짚어보면 그 뜻을 잘 모르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주제들은 그동안 학자나 스님들이 ‘이 정도는 다 알겠지’라며 등한시 해왔던 것들이다.
‘가사와 장삼은 언제 입는 법복입니까’를 시작으로 ‘절을 왜 절이라 합니까’ ‘깨달으면 부처나 나나 다 똑같다고 하는데 어째서입니까’ 등 경전과 교리 그리고 신행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불자라면 꼭 알아야 할 불교 상식 150가지를 간추려 읽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이해 놓았다. 값 6천8백원.
■내가 본 부처(도법 스님 지음, 호미 刊)
실상사 주지 도법 스님이 부처님의 인생 이야기를 풀이한 책이다. 스님은 대뜸 “부처님이 곧 불교”라고 말한다. 불교의 출발이 부처고, 그래서 부처님의 생애를 제대로 알면 불교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러나 단순히 부처님의 생애를 기록한 책은 아니다. 연대기적 나열이나 평면적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부처님의 삶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우리 현실에서 부처님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스님은 “부처의 가르침은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깨달은 바를 그대로 실천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본래 1998년 가을부터 2000년 가을까지 행자교육원에서 갓 출가한 행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값 7천원.
■붓다(유홍종 지음, 해누리 刊)
이 책에 굳이 부제를 붙인다면 ‘초보자의 불교 읽기’쯤 되겠다. 카필라 성의 부왕에 이어 왕권을 계승해야 할 왕세자는 무슨 이유로 그 막강한 권력과 영광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참담한 고행 길로 들어선 것일까? 부처님이 품었던 위대한 야망은 무엇인가?
그래서 인간 붓다는 니르바나의 열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았으며 도대체 그의 깨우침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등 어려운 한자 용어에 갇혔던 부처님의 생애가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소설가 유홍종 씨는 다큐멘터리 소설 형식을 빌려 부처님의 생애를 추적한 이 책에서 “모든 경전은 붓다의 설법에서 나왔으며, 모든 설법은 붓다가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단지 그 깨달음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값 1만5천원.
■마음을 바꾸면 인생이 변한다(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문이당 刊)
달라이 라마가 인도 델리에서 매년 열리는 투시타 법회에서 설법한 강연 원고이다. 대부분 지당한 말씀을 다루고 있어 국내 스님들의 생활 에세이를 많이 접한 불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교의 원리에 입각해 마음을 닦는 방법을 달라이 라마 특유의 나직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어 종교와 삶에 대한 생각이 한층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를 가장 낮게 여기고 다른 이를 높이 받드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 마음 속의 탐욕이나 적에 대한 분노 역시 서로가 의존되고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 평온과 비폭력으로 나가게 만든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듣다 보면 “마음의 평화만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값 8천원.
■청춘을 불사르고(일엽 스님 지음, 김영사 刊)
일엽스님의 <청춘을 불사르고>의 옛 문체를 읽기 쉽게 다듬고 한자어에 대한 각주를 달아 30여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화가 나혜석과 함께 개화기 신여성운동을 주도했으나 결혼에 두 번 실패한 뒤 32세의 나이에 돌연 출가한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춘원 이광수가 ‘일엽’이라는 호를 지어줬을 정도로 뛰어난 문재를 지닌 작가였던 일엽 스님은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한 후 ‘글 또한 망상의 근원’이라는 스승 만공 스님의 뜻에 따라 절필한 지 32년이 지난 뒤에 이 책을 썼다. 1960년 출간 당시 큰 인기를 끌어 젊은 여성 독자들의 구도의 길로 이끌기도 했다. 값 1만1천원.
■적멸보궁 가는길(이산하 지음, 이룸 刊)
시인 이산하 씨가 불교 최고의 성지로 꼽히는 5대 적멸보궁과 3보 사찰, 3대 관음성지를 둘러 보고 쓴 명상 에세이집이다. 책은 지은이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있다는 적멸보궁과 3보 사찰인 통도사, 송광사, 해인사, 3대 관음성지인 홍련암, 보문사, 보림암 등의 현장을 찾아가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정작 시인은 문득 떠오른 충동에 기대어 이리저리 발길을 옮긴다. 섬진강가를 걸어가다가 강물에 떠내려 온 통나무를 보고 팔만대장경 경판을 떠올리며 해인사로 발길을 돌리는 식이다.
거대한 눈썹바위 아래 마애불이 새겨진 강화도 보문사, 머슴 부처와 누운 부처 등의 신비를 간직한 화순 운주사의 풍광과 절집마다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천진난만한 스님들과 아이들의 이야기, 절집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소담스럽게 담겨져 있다. 값 1만2천원.
■소멸의 아름다움(필립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나무심는사람 刊)
‘인간은 고집스런 동물이라서 삶을 새롭게 바라 보려면 강한 충격이 필요하다. 내 경우 그 충격은 고작 서른다섯 살에 루게릭병(근 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5년 안에 죽게 되리라는 소식이었다.’ 책은 저자의 이런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는 영문학교수로서 또 장래가 촉망되는 문인으로서 이제 막 생의 활기찬 걸음을 내딛으려던 순간, 갑자기 ‘죽어가는 기술’(Art of dying)을 배워야 하는 암담한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8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통계적으로 벌써 죽어야할 처지이지만 오히려 ‘살아가는 기술(Art of living)’을 터득해 가고 있다. ‘한 번에 찻 숫가락으로 하나씩 생명을 덜어내는, 느리고 성가신 폭력’에 매일 시달리고 있지만 오히려 그 결핍과 불완전속에서 비로소 삶을 완전하고 충만한 시선으로 받아 들이게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인생이란 우리가 소중한 것보다 더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오래 산 이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제3의 길, 상실을 ‘지나’ 이제껏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는 완전함과 풍요로움과 심오함으로 나아가는 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값 8천5백원
부디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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