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사찰 등의 문화유적지를 꼽은 사람이 전체의 26.5%를 차지했다. 또한 ‘외국인이 선호하는 서울 관광 30선’에서 연등축제는 14위, 강남 봉은사는 26위에 올랐다.
그렇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사찰과 한국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 할 때 영문으로 된 간단한 소개 책자나 표지판 외에 어떤 것을 권할 수 있을까?
불국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85개 사찰과 그 ‘빈 집’에 담긴 불법을 소개하는 영문 책자 (Chris Verebes, eastward)를 펴낸 크리스 베레베쉬 씨는 “외국인들이 사찰을 단지 관광 유적지로만 보고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사찰들 담고 있는 이야기와, 그곳에서 수행하는 스님들, 또한 궁극적으로 한국의 불교는 어떤 것인지를 대략적으로나마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국 출신으로 호주 맬버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 씨는 한국정부 지원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발돼 경희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졌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기도 한 크리스 씨는 불교를 접하며 그 해답을 찾는 길을 발견했다고 한다. 5년 동안 한국에 머문 그는 한국 불교를 소개하는 영문 책자를 만들기 위해 직접 전국 85개 사찰을 답사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큰스님들을 만나 법문을 듣기도 하고 밤새 불교서적을 보며 연구했다.
선(禪)이 일본식 발음인 ‘젠(Zen)’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중국 선 정신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이 그 원류를 지키고 있다고 본 지은이는 불국사를 시작으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이는 다시 자장율사와 통도사로, 신흥사와 의상대사, 오어사와 혜공 스님, 백련암과 성철스님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진각국사와 나옹 스님 등의 선시와 법전?진제?서옹?숭산 스님과의 인터뷰를 실어 선불교의 실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 스님의 하루 일과를 묘사한 ‘선방에서의 하루’에서는 한국의 참선 방식을 소개한다.
각 장마다 실린 사진은 대부분 지은이가 찍은 것으로,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찰의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다. ‘Temple of the Buddha Land(불국사)’, ‘Reality Temple(실상사)’ 등으로 풀이해 사찰 이름에 담긴 뜻을 전달하는 것도 신선하다.
부록으로 전국사찰 지도와 용어해설, 구산선문 계보, 참고문헌 등을 실어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 값 2만4천원.
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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