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불교에서는 일상의 삶과 수행이 별개의 것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불자들의 신행이 일상생활에서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개인적인 기복신앙이 여전히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봉사와 사회적 회향이란 종교 본연의 가르침에 대한 실천이 부재해 대승불교의 전통에서 적지 않게 이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해외의 많은 불교단체에서는 수행-봉사-회향의 '참여불교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의 구별도, 출재가의 구분도 있을 수 없으며 오직 삶과 수행, 사회적 회향을 통일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미국의 저명한 불교잡지인 'Tricycle'이 추천한 ‘참여불교(Engaged Buddhism)’ 관련 불서 다섯 권을 통해 우리 참여불교운동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새 천년의 참여불교(Socially Engaged Buddhism for the New Millennium)> <참여불교의 법륜(The Wheel of Engaged Buddhism)> <지구적인 치유(Global Healing)> 등 이 세권의 책은 베트남 선사인 틱냑한 스님이 제창한 ‘참여불교운동’의 이념과 실제를 담고 있는 책들이다.

이 책들에 나타난 참여불교의 핵심은 부처님의 거룩한 4성제와 연관된 고통을 깨닫는 것임과 동시에 다국적 기업들과 환경파괴, 언론매체의 횡포로부터 희생되거나 영웅시된 사람들과 사회 등 중생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일이다. 참여불교 운동가들은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변혁은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세 권의 책은 어떻게 불교의 근본교리이자 덕성인 관용, 자비심, 평화의 도움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있다.

<새 천년의 참여불교>는 태국의 참여불교운동을 이끄는 슐락 쉬바락사(Sulak Sivaraksa) 박사에 의해 편집된 책으로 프라 담마피카타(Phra Dhammapitaka) 스님의 60회 생일을 기념한 수상집이며, 태국 Sathirakoses-Nagapradipa 재단이 발간했다. <전체적인 치유> 역시 슐락 쉬바락사 박사의 저서로 구조적인 폭력, 사회적인 발전, 그리고 정신적인 변화화 관련한 에세이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태국 Sathirakoses-Nagapradipa 재단 발간. <참여불교의 법륜>은 참여불교운동의 이념과 현황, 비전 등에 대해 케네스 크래프트가 쓰고, Weatherhill사가 펴냈다.

이밖에 <연인, 자신과도 같은 세계(World As Lover, World As Self)>는 저자 조안나 메이시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 온 삶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을 에세이로 쏟아낸 책이다. 그녀는 수년간 자연주의 이론과 불교의 인과론을 배움으로써 인간의 에고 또는 개아(個我)는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책은 자아를 둘러싼 세상을 향한 최초의 긍정적인 변화와 고통의 종식을 추구하는 노력 가운데서 겪는 세계적인 절망도 암시하고 있다. Parallax 출판사 펴냄.

<공포와 언론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 and Other Writings)>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Aung San Suu Kyi) 여사의 글과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아웅산 수지 여사의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헌신은 가택연금의 위협도 이겨냈으며, 그녀를 국제적인 정치적, 정신적 영웅으로 만들었다. 1962년부터 미얀마 독재정부의 무능과 잔인함에 대해 비난해 온 그녀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영국에서 거주해 온 남편이 죽기 직전에 편집한 이 책의 글과 연설들은 인간적, 정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모두 불교적인 사상을 기조로 하고 있다. 펭귄사 출판.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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