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래선은 조사선과 대립되는 낮은 단계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신간 <여래선>(운주사)은 그러한 시각이 편협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즉 여래선의 역사적 발전 과정 및 그 특징 등의 고찰을 통하여 조사선이 여래선 속에서 태동하고 발전할 수 있었음을 확인시켜준다.
지은이는 먼저 중국선의 초기형태부터 살핀다. 보리달마 이전에 이미 중국에 선이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다. 소승선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형태의 선, 즉 여래선이 달마에 의해 중국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는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 중국의 지식인 사회 및 일반 민중들에게 다가간다. 그리하여 다른 종파 즉 교학을 주창하는 화엄종이나 천태종 등을 압도하고 중국사회를 평정하게 된다.
이후 선은 혜능과 그 문하생들에 의해 절정에 이르고 중국 사회에 찬란한 정신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물론 그것은 한국불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책은 중국에서 하나의 독자적인 종(宗)으로 선학이 변화 발전하는 과정인 혜능 이전까지에 돋보기를 댄다. 결국 이 책의 서술범위는 보리달마의 전승에서 육조 혜능의 선종창립까지이며, 혜능 남종선과 신수 북종선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중국선종사의 초기에 속하는 능가사와 동산법문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논하고 있다. 즉 여래선의 중국적 전개 및 대표적 인물의 사상과 실천, 여래선이 중국불교 및 중국 전통사상과 문화발전에 미친 영향, 여래선과 능가선, 여래선과 조사선의 같은 점과 차이점 등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승선학과 대별되고 조사선과도 대별되는 중국선종의 초기단계를 고찰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여래선은 일종의 방편설법에 지나지 않음을 특별히 강조한다. 그것은 중국선과 선종의 발전단계 및 그 특징을 반영하는 역사적 개념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선과 상대되는 어떠한 폄하적인 의미도 내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금 학술계에서 대승불교와 상대되는 의미로 소승불교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서술한 여래선은 중국선사상에 있어서 매주 중요한 단계이다. 이러한 여래선의 중요성은 혜능에 의해 정립된 남종선의 사상과 방법 및 그 근원에 광범위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성으로 여래선은 초기선학이 선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며, 인도선이 중국선으로 변화되고 발전해 가는 중요한 단계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여래선이 100여 년 동안 힘겹게 창조한 선학이론이 없었더라면 조사선도 중국문화의 무대 위에서 1000여 년의 시원스러웠던 풍경은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는 말로 끝맺고 있다.
선학총서 시리즈 가운데 한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중국 남경대 홍씨우핑ㆍ쑤언이핑 교수가 저술한 것을 중국 남경대 철학과(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노선환ㆍ이승모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값 2만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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