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진흥원은 한국 조동선의 맥을 이어주는 문헌인 <일연 스님의 중편조동오위>을 처음으로 우리말로 출간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신라 말 고려 초 진철 이엄 선사에 의해 구산선문 가운데 마지막 산문인 수미산문을 열고 조동선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고려 말에 와서 조동선은 침체하기 시작하였으나 그 맥을 이어지게 한 것이 바로 일연 스님의 <중편조동오위>이다.
<중편조동오위>는 <삼국유사>를 빼면 일연 스님의 유일한 현존 저술로 사자(師資) 오위(五位 : 선의 입장을 정(正)과 편(編)의 체계로 분류하는 다섯가지 방법)에 관한 책이다.
선종의 한 파인 조동종의 오위설(五位說)에 대해 주를 보완하여 간행한 것으로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동오위설이란 동산 양개(807~869)가 제창한 편정오위설(偏正五位說)에 그의 제자 조산 본적(840~901)이 주를 붙인 것으로 조동종의 중심사상이다.
이것이 고려에 전해지면서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아 일연 스님이 51세 되던 고종 6년(1256) 여름 두륜산 길상암에서 옛 간본을 참고하여 바로잡고 자신의 견해를 보완한 것이다.
일연 스님은 이 오위설의 편정에 군신(君臣)을 대비시켜 군신오위설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동안 상찰(?~961) 선사가 지은 <십현담>을 법안종의 개조인 청량 문익 선사가 주를 붙이고, 설잠 스님이 조선 성종 6년(1475)에 주해한 <십현담요해>와 만해 스님이 주를 달은 <십현담주해)를 합편하여 번역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조동종 관계 중요 저술이 모두 번역되는 셈이다.
<십현담>은 선의 오묘한 이치를 열 가지 면으로 노래한 선시로, 그 경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문학성 또한 뛰어난 선시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대한불교진흥원 서돈각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현재 우리 불교계는 간화선 일변도의 선 수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동종의 선 수행법인 묵조선도 간화선과 더불어 선불교의 큰 흐름을 형성했던 선법의 하나임이 분명하다”며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조동종의 묵조선이 더욱 연구되고 수행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옮긴이는 이창섭(전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씨와 최철환(동국역경원 편찬부장) 씨.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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