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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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엄 큰스님 삶 소설형식 구성
<회색 고무신>(시공사)은 청담 스님의 딸로 태어나 일제시대, 6.25전쟁 등 파란만장한 현대사 속에서 오직 깨달음만을 추구하며 평생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어온 한 노비구니 스님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행장기다.

열반에 드는 순간까지 불교 정화를 외치던 청담 스님. 그는 노모의 원을 들어주기 위해 하룻밤의 파계를 행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인순이는 정신대에 끌려갈 상황에 처하자 여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 청담 스님이 있는 대승사로 피신한다. 그러나 그것은 피신이 아니라 출가를 원하는 어머니의 바람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안 청담ㆍ성철 스님은 인순이가 스스로 출가하도록 이끌어보자는 데 묵시적인 합의를 한다. 그리고 출가 발심을 이끄는 일은 성철 스님이 도맡았다. 두 스님은 참선 정진이 끝나면 곧장 인순이가 있는 방으로 와 인순이를 설득한다.

하루 이틀 사흘… 인순이를 곁에 앉혀 놓고 이어지는 성철 스님의 이야기는 부처님 생애를 시작으로 발명가 에디슨, 아인슈타인, 소크라테스, 공자, 맹자에서 을지문덕 장군, 세종대왕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성인과 장군과 임금들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로 줄줄이 이어진다.

목탁이나 치고 염불만 하는 사람이 스님인 줄 알고 있던 인순이는 박학다식한 성철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여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인순이는 절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가를 결심하고 성철 스님의 제자가 된다. 그 주인공인 바로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장 묘엄 스님.

이렇게 출가한 묘엄 스님의 사미니 생활은 윤필암과 대승사 쌍련선원을 오가며 바쁘게 이어진다. 특히 쌍련선원에 있는 아버지 청담 스님과 성철 스님으로부터 특별교육도 받아야 했다.

청담 스님은 직접 적어 준 아홉 가지의 대중살이 규범 ‘명심(銘心)’과 성철 스님이 만들어준‘영산정로(靈山正路)’ 등 비구니로서 갖추어야 할 규범을 외워야 했다.

이는 묘엄 스님을 훌륭한 강사로 만들기 위해 두 스님의 원력으로 그 가르침은 끝없이 이어진다. 묘엄 스님도 두 스님의 바람대로 고된 배움의 길을 꿋꿋하게 이겨나간다.

그가 강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계룡산 동학사 시절, 성철 스님으로부터 강사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운허 스님은 이 때부터 묘엄 스님에게 <치문>을 강의토록 한 것이다.

경봉ㆍ운허 스님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묘엄 스님은 1957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강사가 된다. 그 후 동학사 강원, 운문사 강원의 강사를 시작으로 봉녕사 강원의 설립과 중창에 이르는 40년의 세월은 한국비구니 강원의 산 역사가 되고 토대가 되었다.

스님의 딸로 태어나 14살에 출가하여 당대의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불법을 배우는 구법행과 강사로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스님의 행장이 감명 깊지만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행장기를 통해 현대 한국불교사의 주요한 단면을 보게 한다는 점이다. 청담ㆍ성철 스님 등이 주도한 대승사ㆍ봉암사 결사, 불교 정화 운동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처럼 이 책은 가난하고 척박한 토양에서 한국불교가 어떻게 살아났고 맥을 이었으며 우리의 스님들이 얼마나 치열한 구도의 길을 걸어왔는지 웅변해 준다.

묘엄 스님의 조카인 김용환(부산대 철학과) 교수가 스님의 일대기와 한국 현대불교사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 착안, 일 주일 간에 걸쳐 녹취한 내용을 작가 윤청광 씨가 재구성했다. 값 9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
200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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