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3일 일본 교토에 있는 엔랴쿠사에서는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독점했던 해상왕 장보고를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이 있었다.
일본은 왜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엔랴쿠사에 장보고 기념비를 세우게 했는가. 그것은 엔랴쿠사 주지를 지낸 지각대사 엔닌이 838년 당나라에 들어가 10년간 구법순례를 할 때 장보고와 당나라에 머물고 있던 신라인들로 받은 도움 때문이었다.
<엔닌의 입당 구법순례행기>(중심)는 엔닌의 당나라 구법활동을 일기체로 기록한 책으로 그가 신라인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절반 가까이는 신라인이다. 엔닌이 순례한 산동일대의 큰 절에는 신라원이 있었다. 이 신라원은 당나라를 여행하는 신라승과 신라인 무역업자들이 머무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장안은 물론 해안의 주요 지역에는 신라인들이 모여 사는 신라방이 있었다.
엔닌은 여행 중 신라원에서 머물기도 하고 통역 등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적산법화원에 머무는 동안 재당 신라인들이 추석 명절을 지내는 풍습과 그 유래와 적산법화원의 강격의식, 일일강의의식, 송경의식 등을 순서대로 아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엔닌은 이러한 불교의식이 대부분 신라식으로 거행되고 있다고 적고 있는데 이것은 신라 강경법회의 행법을 전하는 유일한 기록으로 우리 불교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도 평가되고 있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9세기 동아시아 사회상과 재당 신라인들의 활동상을 직접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동양학자 라이샤워는 이 책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와 함께 세계 3대 여행견문록으로 손꼽고 있다. 신라사를 연구하고 있는 숭실대 김문경(해상왕장보고연구회장)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값 3만5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