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화엄경>은 분량과 내용 그리고 문학성이 높은 경전이다.
그런데 그 속에 펼쳐지는 세계관, 우주관, 연기관을 비롯해 보살도의 사상, 수행의 계위 등을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설서들이 수십 권 나와 있지만 정작 화엄공부의 교과서로 삼을만한 책은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화엄경을 읽는다>(불교시대사)는 바로 그러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독자들에게 권해본다. 전문 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한 <화엄경> 해설서로 출간된 이 책의 지은이는 세계적인 화엄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기무라 키요타카(木村淸孝ㆍ전 동경대 교수) 씨. 그는 들머리에서 “<화엄경>을 근거로 형성된 화엄사상의 연구를 시작하면서 학자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며 “이 책은 <화엄경> 사상의 본질과 그 의의를 알기 쉽고 친숙하게 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책은 1994년 4월부터 매월 한번 씩, 1년간 NHK 라디오 제2방송의 ‘종교의 시간’에서 강의한 강의록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지은이는 <화엄경>의 현대적 의미와 줄거리 그리고 중국ㆍ한국ㆍ일본의 학문적 전통 등 방대한 <화엄경>을 구성에서부터 사상의 본질까지 12부문으로 나눠 강의한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엄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 더 쉽게 읽기 위해서는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지은이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지은이의 지론은 종교사상 또는 철학이 제대로 위치하기 위해서는 문헌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헌에 묻혀 문헌학으로 끝나고 마는 우를 철저히 경계한다.
다시 말하면 지은이의 불교 연구방법과 목표는 문헌학을 기초로 하여 그것을 넘어 사상ㆍ철학을 구축해 가며, 이를 통해 종교를 새롭게 읽고 종교의 실천적 모습에 스스로 다가가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적 성격이 농후한 <화엄경> 강의에서조차 하나하나를 반성해 가는 학문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주의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책에는 바로 이러한 지은이의 인생관과 세계관 그리고 학문관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나라 화엄학 연구의 선구자 김지견 박사가 평생 이 책을 애지중지했다는 점만 봐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화엄사상을 연구하고 있는 김천학 씨와 김경남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값 7천5백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