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념을 가졌으면서도 방법이 졸렬했다. 칭찬 받아야 할 일보다 지탄받아야할 일이 더 많았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불교근세백년>(민족사)을 내놓은 석주(칠보사 조실) 스님과 박경훈(조계종 역경위원) 씨는 한국 근세 불교 100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책은 1895년 승려도성출입금지 해제부터 일제의 종교탄압, 8ㆍ15 해방 그리고 1990년 이후 정화에 이르는 한국불교 100년의 흐름을 교단사적 입장에서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불교사에 있지 않다. 그 속에 감춰진 한국불교에 대한 일본의 속박과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한국불교계의 우매함을 낱낱이 파헤친다. 특히 지은이는 일제통치하에서 승단문제를 승단 외의 힘 즉, 세간법에 의해 해결하려는 당시 한국불교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지은이는 말한다. 1600년의 한국불교사에 불교가 국가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적은 없었다. 심지어 조선조 5백 년의 불교정책 속에서도 교단은 자율적 규제에 의해서 유지되어 왔으며 항상 계율을 중요시했고 계율을 어긴 자는 창피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일제의 사찰령 이후 불교 교단이 세간법에 의지하는 습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간을 뛰쳐나와 불법을 닦고 깨달아 세간을 제도하겠다고 하는 승려들이 도리어 세간법에 의해서 자기를 척결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지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은이는 먼저 승려도성출입해금과 관련 한국불교의 졸렬함을 지적한다. 당시의 스님들이 종교침략의 술책인 줄도 모르고 승려도성출입해금을 반겼을 뿐만 아니라 승려도성출입해금을 건의한 일본승려 사노에게 감사장까지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몇몇 스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앞 다퉈 사노에게 감사하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성 출입을 풀어준 황은에 보답한다며 한일승려합동무차대법회까지 열었다. 지은이는 이것이 바로 한국불교계 안에 친일의 뿌리가 내리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개탄한다.
이밖에도 지은이는 사찰령, 본말사제도 등 근세불교 100년에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종교침략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 불교는 어떠했는지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한국불교를 개혁하려는 총독부의 불교정책과 불교계의 항일투쟁사, 불교정화운동 등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눈 밝은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승단 내의 문제를 타력에 의지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끝 부분에 실려 있는‘근대불교사의 성격과 전개’ ‘일제하의 친일불교’ ‘근대불교의 승직제도’등 3편의 관련 논문은 근세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길라잡이로 삼을 만하다. 값 8천5백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