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신행모임에서 신행활동을 열심히 하는 불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료가 사찰에서 49재를 지낸다고 하여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의식을 전혀 몰라 난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틈만 나면 불교의식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배웠다.
이 이야기는 이 직장불자 한 사람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불자들이 한번쯤 경험했거나 지금도 이와 같은 경우를 겪고 있는 불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아선 불교의식을 꼭 발품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책만 잘 건져도 가만히 앉아서 불교의식의 반 정도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의식의 현장까지 이끌어 줄 불교의식서를 소개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책은 뭐니뭐니해도 안진호 스님의 <석문의범>이다. 상ㆍ하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송주, 예경, 축원, 시식, 장의, 점안, 이운, 수계 등 불교의식을 집대성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책 가운데는 법륜사에서 펴낸 <석문의범>이 있다. 이 책이 부피가 커서 부담스러운 불자가 있다면 <상용불교의범>(보련각), <불문의식총서>(명문당)를 권해본다. 현재 사찰이나 불자들이 많이 수지하는 의식집 가운데 하나로 웬만한 의식은 거의 수록돼 있다.
이 외에도 불교의식집으로는 <한국불교의식집>(민족사), <일상의식집>(큰수레), <일용 불교의식>(정우서적), <제반의식요집>(선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책이 있는가 하면 <다비방생의식문>(삼영), <방생의식>(보련각), <예불문>(삼영), <연화의식집>(큰수레), <우리말 축원문>(불광), <영산범음집>(관음사), <영가천도를 위한 기도법>(여래) 등 예불이나 영가천도 등 분야별로 의식을 다룬 책들도 있다.
이 가운데 <연화의식집>(큰수레)은 한국불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영가 천도 의식문을 엮어 우리말로 옮기고 풀이했다. 그러나 단순히 의식염불문을 엮어 우리말로 옮긴 책이 아니다. 염불의식문 속에 담긴 불교 생사관의 바른 뜻을 보이기 위해 중국과 우리나라 여러 선사들의 영가 법어를 함께 옮기고 그 뜻을 풀이했으며 천도의례와 정도법문이라는 해설논문을 함께 수록했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염송용 불교의식문이라면, <한국의 불교의례>(운주사), <불교의식해설>(정우서적), <불자예절과 의식>(불광), <한국중세의 불교의례>(문학과지성사) 등은 불교의식의 사상적 배경과 의미를 알 수 있는 책이다.
근대적 포교운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용성 스님이 일제 하에서 <우리말 의식집>을 처음 발간한 이래 많은 이들이 염불의식의 우리말 번역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말로만 의식을 집행하기에는 말 쓰임새와 뜻풀이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영배 기자
ybgo@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