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의 삶이란 완성된 자로서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 서슬 푸른 정진을 하는 과정의 삶이다.
<봐라, 꽃이다>(호미)는 그 삶이 어떠한지를 서른분의 스님을 통해 보여준다. 그 주인공들은 도법ㆍ무비ㆍ성웅ㆍ법등ㆍ혜남 스님 등 한국불교의 내일을 책임(?)질 법랍 30?40대의 중진 스님들이다.
눈 푸른 납자에서부터 학승, 행정승, 도심 한가운데서 보살행(사회복지)을 펼치는 스님 등 방편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서른명 스님을 하나로 꿰는 공통점은 저마다 뚜렷한 원력으로 열심이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란 점이다. 물론 그 수행의 궁극은 하나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종범 스님과 무비스님을 통해서는 승가교육의 실상을 엿볼 수 있고, 무너진 소쩍새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보각 스님에게서는 불교복지의 현 상태를 진단해 볼 수 있다. 보각 스님처럼 보살행에 뛰어든 스님들의 활발발한 현장이 있는가 하면, 수행 방법론의 현대화에 매진하고 있는 스님도 있다.
10년 세월 경전을 멀리했던 수좌 출신인 학담 스님은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선은 노동의 생산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수행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간화선이 가장 수승한 방법론이기는 하지만 소리에 유난히 민감하거나 사물의 형용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한결같이 정전백수자나 마삼근의 화두를 들이대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역경 사업과 팔만대장경 전산화 사업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종림 스님, 인재 양성을 위한 불교적 인프라 확충, 농업과 교육을 아우르며 사찰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 등 한국 불교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대안을 찾고 있는 도법 스님 등. 이러한 스님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한국불교의 모습이 생생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수행자의 삶이 곧 선방이고 포교당이며 보살행임을 깨닫는 데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 없다.
지은이 김영옥 씨는 머리말에서 “5년 동안 엿본 수행자들의 삶은 출가의 비롯됨은 어떠했든지 간에 존재의 뜻은 중생에 회향되어야 한다는 신념과 의지의 실천 현장이었다. 그들이 껴안으려는 중생도 한 꺼풀 무명만 벗으면 모두 본래 청정한 부처다”며 수행의 방편으로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월간 ‘해인’지에 95년부터 매월 ‘호계삼소’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 가운데 한 권 분량에 맞추어 엮은 것이다. 값 9천원.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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