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 ‘이것이 정말 나의 길일까.’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인생의 진로와 소명에 대해 자문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이맘때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그 질문들은 주위를 나선형으로 맴돌 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교육자이며 사회운동가인 파커 파머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 올 때>(한문화)라는 산문집에서 ‘소명(vocation)'을 찾아 방황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실수와 시행착오, 내면의 나약함과 어두움에 대해 솔직히 털어 놓는다.
지은이는 먼저 우리가 자기 본연의 길에서 멀어지게 되는 까닭은 소명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소명을 자기 인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따라야만 하는 지고한 가치나 이상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명은 자신의 의지를 통해 만들어지거나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할 어떤 목표도 아니다. 소명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선물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참자아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소명을 찾고자 한다면 반드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최대한 정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인생에서 자기 본연의 자리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의 진정한 공동체를 찾게 된다. 이 때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모든 존재와 더불어 상호작용하며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도자기 만드는 일을 예로 든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점토에게 무엇이 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도공이 점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깨진 파편이나 보기 흉한 물건이 된다. 건축기사가 철 나무 돌 같은 재료의 본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단순히 보기 싫은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리나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즉 자기가 가진 재료의 본성에 대한 이해 없이 소명을 구한다면 그 인생은 아름답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생명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진실하지 못한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안 풀리고, 어느 날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깊은 좌절과 실망에 따져 있을 때 당신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고 말한다.
삶이 그저 지나치는 듯 느껴질 때,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이 책은 가르쳐 준다. 값 6천8백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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