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는 단순히 평등의 정신에 위배되는 구시대적 산물인가. 이슬람은 정말 광신도의 집단인가. 이러한 도발적 문제 제기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인도의 정신과 인류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친 문화사상서가 <간디가 온다>(이상빈 옮김, 문학과의식사)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쓴 이 책은, 다종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종교로 인한 갈등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인도의 관용정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탐색한다.
이런 관점에서 소르망은 간디의 정신이 21세기를 위해 왜 필요한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먼저 우리가 지금까지 가장 정의로운 것이라고 믿었던 것(자유와 평등)을 뒤집는다. 또 우리가 얼마나 서구의 합리주의적 사고와 이성주의에 젖어 다양한 사고의 물길을 열고 있지 못한가를 일깨운다. 그 일깨움의 통로가 바로 인도이고 그 중에서 인도 정신의 꽃이라고 요약될 수 있는 간디주의가 그 논지의 핵이다.
특히 소르망은 인도의 메시지 즉 관용의 정신이야말로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다. 과학과 합리주의에 힘입어 현재 인류문명의 토대를 이룬 이 사고방식 자체에 그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진리는 오직 하나라는 사고방식이 인류를 극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종교가 다른 하나의 종교를 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 상황(기독교와 회교도 간의 전쟁)이 인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로 인도에서의 기독교를 들고 있다.
기독교가 인도에 유입된 상황,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인도에서 배척받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비교적 성공적인 포교라고 해야 할까. 예수를 신(神)의 화신으로 받아들이면서 수많은 신들 중의 하나로 첨가하는 그들의 관용정신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과 문명충돌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그러한 관용정신은 수동성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왜냐 하면 그것은 뚜렷한 자기의식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며, 그러한 개인적 사유는 굴복이 아니라 저항정신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간디의 정신인 비폭력·저항주의로 연결된다.
소르망은 이러한 인도의 관용 정신이 다시 인류에게 제4의 물결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것은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며, 이성과 합리를 따지기보다는 직관적인 것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문명 충돌로 이어지는 인류의 재난에 대한 완충작용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문화주의,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진정한 이해. 이것이야말로 인도의 진정한 관용정신이며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인 것이다.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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