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지난 77년부터 지금까지 인도, 네팔 등지를 순례하며 <선시감상사전>(전2권) 등을 내놓는 등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지현 스님, 직관적인 문체로 불교인문주의라는 독특한 영역을 심화시켜 오면서 20여권의 저술을 내놓고 경전과 선어록을 번역하고 있는 일지 스님,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을 마치고 불교학술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창화 민족사 대표. 이 세 사람이 불자들의 불맹(佛盲) 퇴치를 선언하고 나섰다.
불교를 모르는 초보자를 위해 <왕초보 불교박사 되다>(민족사)란 역작을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초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불교교양대학 학생들은 물론 포교사의 길을 가겠다고 서원한 포교사들까지 불자라면 한번쯤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왜냐하면 일상 속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불교 말들 가운데 막상 짚어보면 그 뜻을 잘 모르는 주제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주제들은 그동안 학자나 스님들이 “이 정도는 다 알겠지”라며 등한시 해왔던 것들이다.
‘가사와 장삼은 언제 입는 법복입니까’를 시작으로 ‘절을 왜 절이라 합니까’ ‘깨달으면 부처나 나나 다 똑같다고 하는데 어째서입니까’ ‘대선사, 대종사, 대화상 등 스님의 존칭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등 경전과 교리 그리고 신행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불자라면 꼭 알아야 할 불교 상식 150가지를 간추려 읽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이해 놓았다.
그렇다고 그 쉬움이 결코 가벼움은 아니다. 주제어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물론 어원이나 유래 등을 천착하고 있어 밑줄을 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 스님이 입고 있는 장삼 즉 ‘보조장삼’은 1937년 8월 선학원에서 열린 조선고승유교법회를 앞두고 최범술 스님의 고증을 참고하여 송광사에 보관된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장삼을 실측해 만들었다는 점, 조실이란 말인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라는 점, 방장은 본래 선(禪)을 전문으로 하는 선종사찰에서 주지 스님의 거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는 설명 등은 밑줄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끝부분에는 꼭 알아야할 간단한 불교영어 131가지를 사전보다 더 쉽게 정리해 책의 전반적 이해를 더욱 쉽게 도와준다.
글쓴이들은 머리말에서 “불교용어나 절에서 쓰고 있는 말은 주로 한문으로 되어 있고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변천된 말들이기 때문에 본래의 뜻이 혼동된다”며 “이 책에는 가능한 현재 쓰여지고 있는 뜻이나 의미, 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설명한 뒤 원래의 뜻은 중간이나 뒤에 간략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값 6천8백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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