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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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경전 통한 존재의 본질 찾기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나무심는사람)는 선사, 시인, 평화운동가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틱낫한 스님의 첫사랑 고백서다. 하지만 단순히 한 남자와 여자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속엔 사랑을 수행의 바탕으로 삼은 깨어 있음이 들어 있다.

스님의 첫사랑은 24살 때 베트남 원각사에서 한 비구니 스님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틱낫한 스님은 비구니 스님을 보는 순간 “신선한 미풍이 얼굴 위로 불어오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전에도 많은 비구니 스님을 보았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둘러 표현하기 위해 밤새 설명한 것, 비구니 스님이 준 한 알의 약 이름을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 멀리 떠나보낼 수밖에 없던 날의 일 등 스님은 첫사랑의 모든 일들을 털어놓는다.

이 사랑이야기는 스님이 매일 아침 제자들에게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등의 대승경전을 강의하면서 들려주었던 내용들이다. 대부분의 스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틱낫한 스님은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똑같은 열병을 앓게 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 들려주었다고 말한다.

‘틱낫한의 첫사랑과 대승 경전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사랑과 경전 이야기가 별개의 것으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승 경전의 내용을 첫사랑의 이야기로 녹여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그것은 사랑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그 감정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랑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물의 본질도 꿰뚫을 수 있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꽃 한 송이가 햇빛과 물과 흙, 시간, 공간 같은 꽃 아닌 요소들만으로 이루어졌듯이, 그래서 한 송이 꽃을 통해 태양과 온 우주를 만나게 되듯이, 사랑을 깊이 들여다볼 때 그 안에 깃든 다른 모든 것과의 연관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사랑이야기가 우리와 다른 점이 바로 첫사랑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으며, 그 순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깊이 있게 참구하는 것이다. 스님은 말한다. 당산의 첫사랑은 당신의 맨 처음 사랑도 아니고 맨 나중 사랑도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과 함께 있는 사랑이다. 이처럼 이 책은 사랑과 경전을 통해 존재하는 모든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대승불교가 흘러온 길에서부터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유마경> 등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나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방법에 대한 설명, 번뇌를 자르고 부수기 위한 통찰, 또 마음 모으기 수행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힘 등에 대한 설명도 명쾌하다. 값 7천5백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
200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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