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3년 지리산 벽송사 방장선원에서 선화를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8차례의 선화전을 개최하고 유럽에서도 전시회를 통해 주목을 끌었던 허허당 스님이 선화집 <왼발은 뜨고 오른발은 닿네>(밀알)를 내놓았다.
불교의 세계를 아주 섬세하고 고운 색채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들과 함께 시형식의 짧은 글 그리고 우리나라와 유럽을 기행하며 쓴 글을 담은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빛은 땅으로 죽지 못하고’에서는 만행을 통해 구도하는 영혼의 글과 깨달음을 만나볼 수 있고, ‘허공에 심은 나무’는 유럽 전시회 기간 중 여행하며 느낀 단상을 모아 글과 붓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왼발을 뜨고 오른발은 닿네’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와 깨달음의 과정을 전시와 선화가 한데 어우러져 제목 그대로 항상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삶을 엿보게 한다.
점과 선으로 스님의 그림에 등장하는 동자승은 범종과 풍경을 만들고 때론 우담바라로 태어난다. 스님의 명상 수필과 함께 선화를 보다보면 화폭마다 수십만 동자승이 살아 숨쉬는 듯 우리들 앞에 다가온 듯하다. 값 1만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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