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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수교수 '고대문명 교류사' 등 3권 펴내
간첩 행위가 밝혀짐으로써 6년간 복역하다 지난 해 출감한 정수일(66ㆍ일명 무하마드 깐수) 전 단국대 교수가 학문적 복권을 시도하고 있다.

동서 문명 교류사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정 씨는 지난 9월 중세 이슬람 지성의 세계 편력 기록인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작과 비평사)를 출간한 데 이어 최근 <고대문명교류사>(사계절), <씰크로드학>(창작과비평사) 두 권의 저서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연구의 넓이와 깊이에 있어서 이제까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한 경지를 펼쳐 보이고 있음을 볼 때, 그의 학문적 입지는 복역 이전보다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대ㆍ중세ㆍ근현대로 나누어지는 3부작 가운데 첫 편인 <고대문명교류사>는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유목ㆍ기마 민족의 등장, 로마와 중국의 교류, 불교와 기독교의 전파와 수용이 전개된 기원 후 5~6세기까지를 다룬다.

“인류 5천년 문명사는 서로 다른 문명들의 만남과 나눔, 즉 교류의 과정”이라는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정 씨는 서양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각으로 세계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정 씨가 말하는 문명 교류사는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단선적 교류가 아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유럽 중심주의, 유라시아 대륙에만 국한된 문명 교류를 거부한다. 동ㆍ서양의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소외됐던 스키타이나 흉노와 같은 유목ㆍ기마 민족을 고대 문명 교류사의 주역으로 재평가한다.

또한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까지 연장된다는 점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한반도 일대의 고인돌과 거석 기념물의 관련성, 경주 출토 유리병과 로만 글라스의 관련성, 불국사 출토 석십자가와 고대 기독교의 관련성 등을 통해 한국사를 교류사적 측면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세계 문명 교류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러한 한국사의 재해석 시도는 불교 전파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가에 의한 공식적인 수용을 불교 전래의 시원으로 삼는 기존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왕명이나 공권력에 의한 국가적인 수용은 확산ㆍ변용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일로서 초전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아직은 사료의 미흡으로 상론할 수는 없지만 단편적인 사료나 추론만으로도 고구려ㆍ백제ㆍ신라 삼국에 불교가 국가에 의해 공인되기 이전부터 유포되고 있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된 통로 역시 기존 북방 전래와 함께 남해 해로를 통한 전래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유입이나 보급에서 지속성이 결여돼 결국 신라불교에 흡수되어 명맥을 잃고 말았지만 수로왕이나 허황옥, 장유화상과 관련된 불적, 김해 양동리 유적과 옥전 고분 등에서 출토된 불교 유물 등을 볼 때 남방 전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정 씨는 밝힌다.

함께 출간한 <씰크로드학>은 교통사 또는 지역학에만 치우쳤던 실크로드 연구를 하나의 포괄적이고 독립된 학문으로 정리하려는 개설서로 고대ㆍ중세ㆍ근현대로 이어지는 문명사 교류의 총론격에 해당한다.

두 저서를 통해 정 씨는 “이때까지의 인류 문명사를 충돌과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인류의 역사는 공생 공영할 수 있는 방도와 대안을 찾아 과정이었고, 그것은 바로 문명 교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학문적 소신을 밝혔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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