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대학ㆍ율원ㆍ선원에서 공부한 현진 스님이 내놓은 개정판 <탁발하는 날>(호미)은 수행자들의 산사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적은 수상집이다.
처음 이 책이 발간된 것은 1993년, 깨달음을 향한 수행자들의 의지만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절 집안의 풍속도는 급속히 달라졌다.
지은이 현진 스님이 갓 출가하여 강원과 선방에서 정진하던 젊은 날의 수행생활을 그대로 옮긴 이 책은, 출간 당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독자들이 늘 궁금해 하던 스님들의 일상과 수행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먹물 옷에 풀 먹이느라 땀 흘리는 일, 장작 패어 아궁이에 군불 지피던 일 등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울력(감자 캐기, 김장 담그기, 장작 패기, 빨래 등), 그리고 선방에 방부를 들이는 일에서부터 소임정하기 등 절집의 문화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지대방에서 스님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는 성철ㆍ구암ㆍ영암 스님 등 노스님들의 수행담이나 괴짜 스님들의 무용담(?)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담력 시험이나 절구통 수좌, 도보스님의 이야기는 때로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의 전범을 보여 주기도 한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젊은 수행자의 고뇌와 갈등도 엿볼 수 있다. 울컥 일어나는 그리움, 환속한 도반을 보면서 수행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겪는 감정 등은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값 8천5백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