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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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담긴 깨달음 향기
방학에다 휴가철이다. 이런 때 책 읽기를 전한다는 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때론 농담 속에 진실이 담기는 법. 덜커덩거리는 기차 속에서 혹은 계곡 속에 발을 담근 채, 책이라는 거울 속에 나를 비춰보자. 배낭 속에 넣어 갈 수 있도록 부피가 작고 부담 없이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책을 골랐다.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자.

<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성우ㆍ지현스님 엮음, 민족사, 값 3천원) : 경전 속에는 명구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 그리고 초기 경전 속에 들어 있는 명구들은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금언들이다. 생활의 지침이나 삶의 교훈으로 삼아도 좋은 명구들을 경전이나 고승들의 어록ㆍ문집에서 가려 뽑아 엮은 이 책은, 인생 - 참 삶을 위하여, 수행 - 피안으로 가는 길, 진리 - 네가 있어 내가 있네 등 3개의 장으로 나눠 참된 인생을 위한 부처님 말씀 300개를 실었다.

<선방일기>(지허스님 지음, 여시아문, 5천원) : 일반인들에겐 ‘신비의 장소’인 선방에서의 일과와 수행담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선방에 들어가는 일부터 해제한 뒤 산사에서 내려오기까지 3개월간의 일을 담은 이 책은, 결제의식, 울력, 소임, 지대방 생활 등 선방의 생태와 풍속을 들려준다.

무학에서 대졸까지 다양한 학력과 이력을 갖춘 스님들에 얽힌 일화, 일종식(一種食: 하루 한끼 식사)을 하는 스님, 장좌불와하는 스님, 3개월 내내 묵언하는 스님 등 선승들에 대한 기록도 인상적이다. 수행자의 고뇌와 결연한 의지가 배어 있는 이 책은 1973년 <신동아> 봄호 논픽션 공모에 당선된 작품이다.

<산사에서 부치는 편지>(명정스님 편역, 좋은날, 값 9천원) : 큰스님들이 보낸 편지 모음. “가을 바람이 펼쳤던 서책의 갈피를 넘깁니다. 문밖에는 낙엽지는 소리가 사락사락 귓가를 간지럽게 합니다. 만행 끝에 머문 해인사 문지방에는 가을이 때늦은 봇짐을 풀어놓고 나를 유혹하는 듯 합니다.”고봉스님이 경봉스님에게 보낸‘삼독번뇌’를 비롯하여 경봉스님이 벽안스님에게 보낸 ‘버리지 못한 인연’, 성철스님이 비더 교수에게 보낸‘불성’등 110여 편의 편지글을 엮었다. 기가 막힌 깨달음의 문구, 구절구절마다 스며있는 진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담겨 있는 주옥같은 글들이다.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보인다>(달라이 라마 지음, 공경희 옮김, 문이당, 값 7천원) : 198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의 명상록. 인간 존엄성의 상실과 사상ㆍ종교의 대립,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밝고 맑은 마음과 참 지혜로 해결할 것을 들려준다.

책의 원제는‘평온으로 가는 길-매일의 명상’으로 하루에 한편씩 읽고 명상할 수 있도록 365개의 짧은 단상들이 일기 형식으로 묶여져 있다.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을 평온하게 달래주는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길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다>(정찬주 지음. 해들누리, 값 8천원) : 전국의 암자 순례기와 명상글을 한데 모은 산문집. 안개도 쉬어 간다는 고흥 거금도 송광암, 안동 천등산 국사암, 하동 지리산의 국사암 등의 암자 순례기와‘마음의 바리 때’,‘삿됨을 씻는 마음, 소나무 이야기> 등 마음을 맑혀주는 명상 글을 담았다.

번잡한 유원지를 찾아 또 하나의 피곤함을 달고 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책에 소개된 호젓한 산사를 찾아가 보자.

<유배지에서 온 편지>(정약용 지음, 박석무 역음, 창작과비평사, 값 8천원) : 조선 실학의 대가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 중에 아들과 친지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서한집.

1801년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26편을 비롯해 아들 학연에게 내려주는 교훈 9편, 형님에게 보내는 편지 13편 등 모두 52편의 글을 수록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슨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가를 간곡한 어조로 말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무서록>(이태준 지음, 범우사, 값 6천원) : 한국 현대 수필사를 기록할 때 절대 빠뜨려서는 안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월북 작가의 수필집.‘벽’,‘물’,‘역사’,‘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등 자기 풍부와 자기 미의 원숙한 결정체로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수필 42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수필이 빛나는 문학 장르 중의 하나임을 재인식하도록 해 준다.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
200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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