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몸이 침대 시트에 닿으면 처음엔 딱딱하면서 차갑다가 그 느낌이 끊임없이 변해 닿는 부위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럴 때 의식은 거의 비어 있게 된다. 그 상태가 이어져 잠으로 빠져드는 순간을 알아차린다. 다시 ‘확’ 깨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관(觀)으로 되돌아보면 몸의 형태는 어제 밤 누웠던 그대로이고 시간은 찰나 밖에 안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잠들기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보이고 머릿속은 맑다 못해 청명하다….”
위빠싸나 수행자 조연숙(45ㆍ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조금씩 관찰하다보니 몸 속에 무언가 흐름이 잡혔다며, 지금 여기의 삶이 위빠싸나라고 말한다.
신간 <보면 사라진다>(정신세계사)는 현상과 본체를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아 욕망과 어리석음이 없는 자리를 체득하는 위빠싸나의 수행을 체험기를 통해 보여준다. 지은이는 <깨달음으로 가는 오직 한 길>, <위빠싸나 열두 선사> 등을 내놓은 김열권 씨.
책은‘위빠싸나란 어떤 수행인가’에 대해서부터 설명한다. 지은이는 “위빠싸나는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서 12연기를 관찰하면서 생사를 해탈하고 궁극의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이다”며 “위빠싸나 수행을 통해 생각ㆍ말ㆍ행동 이전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으므로 언행이 일치되어 인격적 변화가 오게 되면 현재 하는 일과 마음이 온전히 일치되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위빠싸나 수행법을 예비수행과 본수행의 2단계로 나눠 이론과 그것의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행자를 유형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수행법을 제시한 점은 자칫 공소해지기 쉬운 수행론에 설득력을 더한다.
삼매 속으로 들어가 본질을 통찰하는 순간의 환희, 일상의 불안을 수행으로 관찰하고 이겨나가는 과정, 몸 속의 병을 관찰해 마음의 평온으로 가는 체험기가 바로 대표적 사례들이다.
위빠싸나 수행이나 삶의 고통과 근원적 의문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듯하다. 수행자들의 생생한 체험을 통해 위빠싸나 수행의 진수를 접할 수 있 때문이다.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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