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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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항쟁기에서 40년대 항일불교운동사 한눈에
지난 93년 <친일불교론>을 내놓았던 혜봉(이천 지족암 주지) 스님이 이번에는 불교계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천착한 <일제하 불교계의 항일 운동>(민족사)을 출간했다.

이 책은 크게 의병항쟁기에서 1940년대까지 의병활동을 한 스님과 의병 전쟁 때 관련된 사찰과 항일운동을 한 스님과 재가자들 그리고 광복 후 정부로부터 항일 공적을 인정받은 독립유공자의 현황과 공적 등을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문은 국채보상운동에 불교계가 적극 동참했다는 사실과 1918년 제주도 법정사의 항일무장투쟁은 3ㆍ1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1907년 일본에 대한 국채를 갚기 위해 민중들이 일으킨 국체보상운동에 가장 먼저 참여한 불교계 단체는 강원 건봉사 봉명학교 교직원과 스님 그리고 만일염불회. 이들은 1백46원76전을 나라 빚을 갚는 의연금으로 냈다.

대한매일신문과 황성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 화장사, 금강산 유점사와 부설학교인 유신학교, 합천 해인사, 공주 신원사, 경남 고성 와룡사 등에서 586명이 479원11전을 기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은 자료로 남아 있는 통계일 뿐 사실상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사찰과 불자는 이보다 훨씬 만다는 것이 지은이의 얘기다.

책은 또 3ㆍ1운동 5개월 전인 1918년 10월 제주도의 스님들이 봉기한 조직적인 무장항일 투쟁에 주목한다.

법정사 스님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 항일투쟁은 형량(주동자 법정사 주지 연일스님 10년 징역형을 비롯해 수형자 33명의 형량은 40년 6개월)과 체포된 수(68명)가 단일 항일 운동으로는 다른 항일투쟁에도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3ㆍ1운동의 전조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검사분국에서 작성한 ‘형사사건부’와 광주지방법원 제주지청에서 기재한 ‘수형인명부’를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에서 찾아냄으로써 그동안 왜곡됐던 ‘제주도 법정사 항일무장봉기’가 항일의거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불교계에서는 의병항쟁기(1906-1909)에 경봉ㆍ운허 스님, 박순근 등이 항일 무장투쟁을 펼쳤고, 1910년 한일합방 직후에는 한용운, 박한영, 전진응 스님 등이 임제종을 설립하여 불교자주화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책은 불교계 전반의 3ㆍ1운동과 각 지역의 사찰과 스님들을 중심으로 한 독립만세 운동, 3ㆍ1운동 직후 임정ㆍ대동단ㆍ청년외교단ㆍ연통제 등의 조직에서 항일투쟁을 펼친 불교계의 활동, 1920년대 이후 항일비밀결사 만당과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대구 동화사, 구례 화엄사 등 지방 불교계의 3ㆍ1운동 진원지 역할을 했던 해인사 스님들의 만세운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고찰하고 있다.

지은이는 불교계의 항일운동 사례를 조명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불교계의 항일운동가 가운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활약상도 살핀다.

스님 출신의 항일운동가로 임정 내무차관을 역임한 김성숙, 3ㆍ1운동ㆍ만당ㆍ조선어학회 사건에 참여한 최범술 스님, 3ㆍ1운동과 만당 그리고 조선어학회 사건 등에서 항일에 앞장섰던 김법린 스님, 3ㆍ1운동ㆍ만주군관학교ㆍ만당 등에서 활약한 박영희 스님, 백봉 김기추 등이 주요인물들이다.

이밖에도 이 책은 만해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을 했던 연일 스님을 비롯해 만해ㆍ용성 스님 등 정부로부터 항일 공적을 인정받아 건국훈장이나 표창을 받은 불교계 독립유공자 36명의 현황과 공적도 수록하고 있다.

지난 95년 순국지에 연재되었던 ‘항일불교론’과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발굴한 내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 이 책은, 사료적인 가치도 높이 살만하다. 값1만5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
200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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