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매일 먹어야 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음식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음식 먹는 일을 최대의 즐거움으로 삼는 식도락가와 최소한의 음식만을 취하는 금욕가가 있을 수 있겠다.
당신은 어떤 쪽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인가?
가공식품의 부작용을 샅샅이 밝힌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모색)와 채식과 생식을 전하는 <소박한 밥상>(디자인하우스)을 통해 바른 밥상문화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는 문명사회의 질병이 잘못된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다. 지은이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편집인을 지낸 한스 올리히. 그는 산업화가 인간을 해방시킨 것이 아니라 병균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한다. 산업화의 산물인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병원균이나 유해물질은 빈부와 남녀노소 그리고 국경까지도 불문하고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가공식품.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오랫동안 섭취하게 되면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의 세계화는 곧 질병의 세계화라고 말한다.
세균도 문제지만 가공식품첨가제 또한 심각한 상태다. 가공식품이 식탁에 차지하는 양이 늘어나는 만큼 식품 첨가물을 먹게 된다. 독일인은 1인당 연간 18.8kg의 식품첨가물을 섭취한다. 이에 비하면 바나나는 11kg, 토마토는 16.6kg정도 밖에 먹지 않는다. 영국인은 24kg, 네덜란드 국민은 29.9kg의 식품첨가물을 먹는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경고한다. “식품 첨가물인 유화제나 안정제 성분이 들어 있는 상품을 먹지 않으려면 냉장고를 전부 비워라.”
생선통조림의 위험도 심각한 수준. 스위스에서는 통조림 뚜껑이 잘 뜯어지도록 하기 위해 첨가한 화학물질이 허용치 이상 검출돼 슈퍼마켓에 진열된 통조림 3분의 1을 폐기 했고, 청어통조림에서도 허용치를 넘는 화학물질이 검출돼 전량을 회수한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패스트푸드와 단체급식 등 지금까지 과소평가됐던 가공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얽힌 비밀들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부록으로 유해식품의 위협에서 건강을 지키는 비결 19가지도 수록돼 있다. 값 1만원.
<소박한 밥상>은 탐식이 얼마나 우리의 육체와 정신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가를 밝힌 요리철학 에세이다. 평화주의자, 엄격한 채식인으로 1백세까지 건강한 삶을 살다가 스스로 음식을 끊고 눈을 감은 스코트 니어링의 아내 헬렌 니어링이 쓴 일종의 반(反) 요리책이다. 이 부부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해 텃밭을 일구고 최소한의 것으로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50년 동안 의사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했다. 그 비결은 소박한 삶과 소박한 밥상에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소박한 삶과 밥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은이가 차리는 밥상에는 보통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들이 없다. 고기나 생선, 닭고기 등 육류는 물론 백설탕, 흰 밀가루, 베이킹 소다, 달걀과 우유도 없다. 그의 식탁은 과일과 야채, 그리고 건강에 좋은 곡물 등 채식ㆍ자연식으로 간소하게 차려진다. 요리의 원칙은 되도록 날 것으로, 조리할 때는 낮은 온도에서 최대한 단순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데 쓰자.”
물론 이 책은 요리책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에세이의 성격이 강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책의 전반부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지은이의 철학을 펼치고 있다. 테마별로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는 후반부는 지은이의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보장해 준 음식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몸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 또한 배불리 먹이는 ‘진짜 음식’을 만나게 된다. 먹을 거리와 먹는 행위에 대한 헬렌 니어링의 철학은 삶에 대한 새로운 미각을 일깨워 준다. 값 8천5백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