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사에 있어 비구니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불교전래 이후 여성성불 불가론을 내세워 깨침을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하는가 하면, 비구니팔경계(比丘尼八警戒)로 비구니와 여성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사에는 덕망 높은 여러 비구니들이 수행과 불법홍포 그리고 교육에 힘써 한국불교의 한 축을 이어왔다. 다만 알려지지 않아 잊고 있었을 뿐이다.
신간 <깨달음의 꽃 2>(여래)는 끝없는 인고의 세월 속에서 묵묵히 수행에 전념한 비구니 스님들의 행장을 발굴한‘한국불교 비구니 평전’이다. 지난 98년 출간한 <깨달음의 꽃> 후속 편으로 지은이는 주간불교신문 하춘생 기자. 그가 1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쓴 이 두 권에 담은 근세의 대표적 비구니 스님은 모두 33명으로 그들의 전법과 수행 그리고 가람수호를 위한 원력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불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승은 비구만이 존재한다. 특히 근세에 와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역사를 돌이켜 보게 한다. 한 치의 방일도 허락하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들의 지계와 수선의 구도를 통해 한국불교의 또 다른 진면목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비구니 스님들의 단편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개된 비구니 스님들을 중심으로 한국 비구니 계보와 법맥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한국불교사에서 비구니의 역할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에 따라 비구니 고승들의 행적 또한 잊혀진 것이 저간의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은, 외면해 왔던 비구니 스님들을 역사의 현장으로 드러낸 최초의 비구니 평전이라 할 수 있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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